여호와 앞에 행하리로다
너희는 우리의 영광이요 기쁨이니라
데살로니가전서 2:20
내가 생명이 있는 땅에서 여호와 앞에 행하리로다
시편 116:9
스물두 살 아이는 가뜩이나 혼미한데 감기 기운으로 코가 막히고 머리가 띵해서인지 더욱 혼란스러워 했다. 잠깐만요, 여기가 어디죠? 제가 집에 가려면 어느 방향으로 타야 하죠? 하는 아이의 물음에 나는 움찔하였다. 느닷없이 중3 아이는 또(!) 모든 걸 그만두겠다며 으름장을 놓았고 이에 놀란 아이엄마는 그 버릇이 도졌다며 지청구를 늘어놓았다. 아들 녀석은 기어이 사업을 해볼 요량으로 구상한 여러 말을 보태어 설명에 설명을 이어 길게 전화를 하였다.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들은 방학 동안에 너무 더워서 쉬게 하였던 글방을 오고 싶어 안달이 났다고 했다.
나는 들어앉아 이런저런 마음만 볶이고 있었다. 가을장마로 하늘은 잔뜩 무거웠고 공기는 눅지근하여 허리가 아팠다. 금세 서늘해진 공기 때문인지 낮 동안에도 다리가 시렸다. 아이가 돌아가고 나는 진이 빠져 소파에 널브러졌다. 아이와 같이 있는 동안에는 자꾸 똥이 마렵다. 주께 맡기고 모든 걸 여유롭게 처리한다고 하지만 그만큼 긴장을 하고 있는 탓이었다. 찬양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하모니카를 하나 사주었다. 가장 쉽게 다룰 수 있는 악기 중 하나여서 수요일부터 성경공부 후에 30분씩 가르쳐주기로 하였다.
징징거리면서도 한다. 날 보면 늘 아이들보다 애 같다. 마음은 늘 하나님께 칭얼거린다. 날씨 탓에 허리가 아프고, 아들 아이 때문에 마음이 어수선하고, 어쨌든 글방에 적을 두고 있는 아이들로 인해 자꾸 신경이 쓰여서, 내가 하는 일이라는 게 주께 보채는 것이다. 나도 좀 의연하였으면 좋겠다. 다 믿고 담대함으로 툴툴 털어 이겨내면서 의젓했으면 좋겠는데, 중3 아이 때문에도 짜증과 안타까움이 같이 온다. 스물두 살 아이로 인해 자꾸 아랫배가 아프다. 아들 녀석 때문에 울컥하고, 초딩 5학년짜리들로 뭘 그리 마음이 쓰이는지.
그러니 “여호와께서 내 음성과 내 간구를 들으시므로 내가 그를 사랑하는도다(시 116:1).” 이런저런 말을 누구하고 한들, 늘 같은 소리로 듣는 저나 말하는 나나 지겨울밖에. 또 그 말이란 게 참으로 간사하여서 넌지시 나의 수고를 나타내고 싶어 하는 것이어서 가당치가 않다. 그러니 주가 내 음성과 간구에 귀를 기울이시고, 내가 그를 사랑한다는 말씀 앞에 위로를 얻는다, 왜냐하면 “그의 귀를 내게 기울이셨으므로 내가 평생에 기도하리로다(2).” 달리 더 좋은 수를 모르겠다. 저 아이는 어렵고 이 아이는 짜증나고, 내 아들이지만 마뜩찮고 아무리 어린 것들이라 해도 안쓰럽기만 하니, 나는 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기도한다.
진득하니 의연하였으면 참 좋겠는데! 그런 내게 오늘 말씀은 새롭다. “너희는 우리의 영광이요 기쁨이니라(살전 2:20).” 다시 풀어보면 오늘 나의 이 안달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한 번 더 마음을 다잡고 주의 이름을 부르며, 나는 할 수 없어 빈손 들고 주 앞에 고하는 수밖에. 고로 “내가 생명이 있는 땅에서 여호와 앞에 행하리로다(시 116:9).” 싫든 좋든 살아서 살아 있다는 신호다. 자꾸 마음이 쓰이고 어찌 안달복달 주체할 수 없어 주님께 엎드리는 것이 말이다.
그러므로 “내가 크게 고통을 당하였다고 말할 때에도 나는 믿었도다(시 116:10).” 당장 내 몸이 힘들고 마음은 어려워도 그래서 더욱 믿음으로 행하게 하시는 일이었으니, “내가 놀라서 이르기를 모든 사람이 거짓말쟁이라 하였도다(11).” 이렇게 말하는 내가 거짓말쟁이 같다. 저들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으니, 나 또한 주의 은혜 아래 빈손 들고 서는 일밖에. 그러므로 “내게 주신 모든 은혜를 내가 여호와께 무엇으로 보답할까(12).”
힘든데 힘들어서 주의 은혜다. 신경 쓰이고 짜증나고, 솔직히 어느 아이 때문에는 마음만 상하면서도 또 어르고 달래 마음을 내어주어야 하는 일이어서, “이러므로 우리가 하나님께 끊임없이 감사함은 너희가 우리에게 들은 바 하나님의 말씀을 받을 때에 사람의 말로 받지 아니하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음이니 진실로 그러하도다 이 말씀이 또한 너희 믿는 자 가운데에서 역사하느니라(살전 2:13).” 내 안에 살아 움직이는 말씀이 아니고는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기도회로 같이 읽은 말씀 중에, 바울은 일러 생각하라고 한다. “내가 말하는 것을 생각해 보라 주께서 범사에 네게 총명을 주시리라(딤후 2:7).” 병사의 얽매인 생활과 경기하는 자의 법대로 경기함과 농부의 수고에 대하여 일러주며, 생각 좀 하라는 것이다. ‘무엇으로 주를 기쁘시게 할까?’ “내게 주신 모든 은혜를 내가 여호와께 무엇으로 보답할까(시 116:12).” 그러그러함에도 오늘 내가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성경은 일러준다. 곧 내가 찾은 게 아니라 주가 부르신 일이다.
첫째, 은혜대로 하라.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하사 거룩하신 소명으로 부르심은 우리의 행위대로 하심이 아니요 오직 자기의 뜻과 영원 전부터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에게 주신 은혜대로 하심이라(딤후 1:9).” 둘째, 택하심을 입은 자답게 하라. “곧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엡 1:4).” 셋째, 끊어질 수 없는 사랑을 확증하라.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롬 8:38-39).”
넷째, 속량하심을 명심하라.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은혜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피로 말미암아 속량 곧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엡 1:7).” 다섯째, 의를 덧입었음을 명심하라. “하나님이 죄를 알지도 못하신 이를 우리를 대신하여 죄로 삼으신 것은 우리로 하여금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의가 되게 하려 하심이라(고후 5:21).” 여섯째, 나는 이제 새로운 피조물인 것을 알라.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고후 5:17).”
일곱째, 이미 천국에 앉은 삶이다. “또 함께 일으키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하늘에 앉히시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에게 자비하심으로써 그 은혜의 지극히 풍성함을 오는 여러 세대에 나타내려 하심이라(엡 2:6-7).” 여덟째, 이는 하나님의 약속이다. “우리는 미쁨이 없을지라도 주는 항상 미쁘시니 자기를 부인하실 수 없으시리라(딤후 2:13).” 아홉째, 나로 하여금 거룩하게 하셨다. “우리가 세상에서 특별히 너희에 대하여 하나님의 거룩함과 진실함으로 행하되 육체의 지혜로 하지 아니하고 하나님의 은혜로 행함은 우리 양심이 증언하는 바니 이것이 우리의 자랑이라(고후 1:12).”
열째, 풍성하심으로 더하실 것이다. “나의 하나님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영광 가운데 그 풍성한 대로 너희 모든 쓸 것을 채우시리라(빌 4:19).” 열한째, 하나님이 우리의 평강을 지키신다.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7).” 열두째, 그러므로 영생을 얻는다. “죄의 삯은 사망이요 하나님의 은사는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 안에 있는 영생이니라(롬 6:23).”
말씀 곁에 말씀을 메모하고 이를 따라가며 그 의미를 되새기는 일은 유익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방향을 잃을 때, 또는 내 마음을 내가 주체할 수 없을 때, 성경은 일러 일컫는 것이다. 첫째, 읽어라. “그것을 읽으면 내가 그리스도의 비밀을 깨달은 것을 너희가 알 수 있으리라(엡 3:4).” 둘째, 분별하라. “너는 진리의 말씀을 옳게 분별하며 부끄러울 것이 없는 일꾼으로 인정된 자로 자신을 하나님 앞에 드리기를 힘쓰라(딤후 2:15).” 셋째, 말씀 밖으로 넘어가지 마라. “형제들아 내가 너희를 위하여 이 일에 나와 아볼로를 들어서 본을 보였으니 이는 너희로 하여금 기록된 말씀 밖으로 넘어가지 말라 한 것을 우리에게서 배워 서로 대적하여 교만한 마음을 가지지 말게 하려 함이라(고전 4:6).”
넷째, 찾아라. “은을 구하는 것 같이 그것을 구하며 감추어진 보배를 찾는 것 같이 그것을 찾으면 여호와 경외하기를 깨달으며 하나님을 알게 되리니(잠 2:4-5).” 다섯째, 생각해라. “내가 말하는 것을 생각해 보라 주께서 범사에 네게 총명을 주시리라(딤후 2:7).” 여섯째, 표현해라. “그리스도의 말씀이 너희 속에 풍성히 거하여 모든 지혜로 피차 가르치며 권면하고 시와 찬송과 신령한 노래를 부르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또 무엇을 하든지 말에나 일에나 다 주 예수의 이름으로 하고 그를 힘입어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하라(골 3:16-17).”
일곱째, 기억해라. “내가 전한 복음대로 다윗의 씨로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라(딤후 2:8).” 여덟째, 전해라.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 범사에 오래 참음과 가르침으로 경책하며 경계하며 권하라(4:2).” 그러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신다. 나는 번번이 나는 할 수 없어서 주께 칭얼거린다. 사람 붙들고 애원해봐야 소용없다. 가까울수록 어려운 일이다. 그저 입을 삐쭉거리며 주 앞에 울먹거리고 있을 때, 주는 말씀으로 위로하신다.
그러므로 “오직 하나님께 옳게 여기심을 입어 복음을 위탁 받았으니 우리가 이와 같이 말함은 사람을 기쁘게 하려 함이 아니요 오직 우리 마음을 감찰하시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려 함이라(살전 2:4).” 이제 살아서 나의 남은 삶이 주를 기쁘시게 하는 것이었으면! 아이러니 하게도 그런 나의 어려움이, 저 아이들이, “너희는 우리의 영광이요 기쁨이니라(20).” 그래서 주를 바란다. “이러므로 우리가 하나님께 끊임없이 감사함은 너희가 우리에게 들은 바 하나님의 말씀을 받을 때에 사람의 말로 받지 아니하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음이니 진실로 그러하도다 이 말씀이 또한 너희 믿는 자 가운데에서 역사하느니라(13).”
내가 할 일이 아니라, 말씀이 역사하신다. 고로 “여호와께서 내 음성과 내 간구를 들으시므로 내가 그를 사랑하는도다(시 117:1).” 이에 “내 영혼아 네 평안함으로 돌아갈지어다 여호와께서 너를 후대하심이로다(7).” 곧 “주께서 내 영혼을 사망에서, 내 눈을 눈물에서, 내 발을 넘어짐에서 건지셨나이다(8).” 여기까지 인도하신 이가 주님이시고 그의 말씀으로 나를 붙드시는 일이었으니, “내가 생명이 있는 땅에서 여호와 앞에 행하리로다(9).” 그러므로 “내가 구원의 잔을 들고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며 여호와의 모든 백성 앞에서 나는 나의 서원을 여호와께 갚으리로다(13-14).”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