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글]

복이 있도다

전봉석 2019. 4. 8. 07:17

 

 

 

사람이 여호와께 서원하였거나 결심하고 서약하였으면 깨뜨리지 말고 그가 입으로 말한 대로 다 이행할 것이니라

민수기 30:2

 

허물의 사함을 받고 자신의 죄가 가려진 자는 복이 있도다

시편 32:1

 

 

한 계절이 가고 새로운 계절이 오는 환절기에는 모두가 아프다. 근골동통으로 뼈마디가 쑤시고 겨우내 굳었던 몸이 뭉쳤다 풀렸다를 반복한다. 풀어진 근육은 체중을 주체하지 못하고 뼈마디는 그 하중을 견디느라 아프다. 계절을 새로 맞이한다는 일은 새순이 돋고 잎이 나고 꽃이 피어나는 일처럼 경이롭다. 무엇도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다. 얼었던 땅은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면서 그 사이로 길을 내고, 햇살이 든 길마다 땅은 헐거워져 뿌리를 더 깊이 내려서 땅을 쥐고 몸을 밖으로 내민다.

 

계절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는 일로, 한 아이는 아파서 예배에 못 오고 다른 한 아이는 아파서 힘들어하다 일찍 돌아갔다. 서로 아프다는 일은 달리 재간이 없다. 우리 집 아이는 어찌 지금의 계절을 견디는지, 아프다는 건 허튼 생각을 멀리 하게도 한다. 모든 자연이 그러할진대 나무는 열매를 맺기까지 수도 없이 아프다. 이는 바람이 변하여 그렇고 기체의 변화 때문이기도 하다. 계절이 바뀌는 일처럼 사람의 마음도 오죽할까.

 

그러므로 우리 안에 서원을 두시는 하나님의 경륜을 묵상한다. 보다 단단해지는 마음을 위해 주 앞에 마음을 다잡고 영적인 기력을 모으는 것이다. 하면 사람이 여호와께 서원하였거나 결심하고 서약하였으면 깨뜨리지 말고 그가 입으로 말한 대로 다 이행할 것이니라(30:2).” 이는 자신의 영혼을 위해 좋은 일이다. 애써 노력을 다하는 것은 모든 피조물의 의무다. 그게 녹록치가 않다 해도, 비록 앞뒤가 같을 수 없고 오늘 마음이 어제의 마음과 같지 않다 해도, 그리하여 우리는 주의 이름을 부른다.

 

하여 허물의 사함을 받고 자신의 죄가 가려진 자는 복이 있도다(32:1).” 하나부터 열까지 나는 나의 모든 게 가려지고 없이 여겨지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나의 연역함이 어찌 육신의 것이기만 하던가. 마음은 저 혼자 힘들어하기 일쑤고 영혼은 비루하여 주의 도우심만을 구할 따름이다. 한데 그러는 동안에도 가지는 굵어지고 새순이 돋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까지 땅을 쥐고 서있어야 하는 일이어서, 새삼 나는 그 열매를 두고 천천히 묵상하였다.

 

오직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니 이같은 것을 금지할 법이 없느니라(5:22-23).” 먼저는 사랑이고 나중은 절제이니,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고전 13:4-7).” 사랑은 참 복잡 미묘하기만 하다.

 

단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절대 그런 것이어서,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요일 4:8).” 때로는 사랑보다 허술한 게 없는가싶다가도 사랑보다 잔인한 것도 없는 것이다. 오래참고 온유하고, 진리와 함께 기뻐한다는 대목을 여러 번 되뇌다 숨이 차다. 참으며 믿으며 바라는 것으로 견디는 일이다. 꽃 같은 사랑의 다른 모든 부분은 견디는 일이다.

 

이 견딤은 오묘하게도 즐겁다.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14:17).” 하나님의 나라가 그 안에 감추어져 있는 게 사랑이고 그 맛이 신맛 짠맛 단맛처럼 의와 평강과 희락이다. 맛을 아는 우리의 미각은 발달하여서 환난의 맛도 남다르게 여긴다. “또 너희는 많은 환난 가운데서 성령의 기쁨으로 말씀을 받아 우리와 주를 본받은 자가 되었으니(살전 1:6).” 땅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는 일이나, 우리 몸이 동통의 뼈마디를 환기시키는 일이나, 이로써 성령의 기쁨으로 주를 본받는 일이나.

 

저는 오래 참으시었다. 그 견딤은, “그의 영광의 힘을 따라 모든 능력으로 능하게 하시며 기쁨으로 모든 견딤과 오래 참음에 이르게 하시고(1:11).” 영광의 힘을 따른 것이다. 이는 모든 능력으로 능하게 하심이다. 안 될 줄 알았는데 된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일처럼 사소한 일인 것 같으나 영혼의 엄청난 변화를 확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가 더욱 힘써 너희 믿음에 덕을, 덕에 지식을, 지식에 절제를, 절제에 인내를, 인내에 경건을, 경건에 형제 우애를, 형제 우애에 사랑을 더하라(벧후 1:5-7).”

 

더함으로 하나님의 자비의 자리를 놓아둔다. “우리 구주 하나님의 자비와 사람 사랑하심이 나타날 때에(3:4).” 그리하여 주의 종은 마땅히 다투지 아니하고 모든 사람에 대하여 온유하며 가르치기를 잘하며 참으며(딤후 2:24).” 또한 그러므로 너희는 하나님이 택하사 거룩하고 사랑 받는 자처럼 긍휼과 자비와 겸손과 온유와 오래 참음을 옷 입고(3:12).” 사는 일이다. 내가 나의 노력으로 이룬 게 아니다.

 

선을 배우는 일이다. 이는 빛의 열매로, “빛의 열매는 모든 착함과 의로움과 진실함에 있느니라(5:9).” 우리가 이제는 빛의 자녀이기 때문이다. “너희가 전에는 어둠이더니 이제는 주 안에서 빛이라 빛의 자녀들처럼 행하라(5:8).” 내 형제들아 너희가 스스로 선함이 가득하고 모든 지식이 차서 능히 서로 권하는 자임을 나도 확신하노라(15:14).” 내 안에 선함으로 채우시고, “바나바는 착한 사람이요 성령과 믿음이 충만한 사람이라 이에 큰 무리가 주께 더하여지더라(11:24).” 착한 사람으로 만들어 가신다.

 

착함은 충성의 다른 이름이다. 아무리 어떠해도 훔치지 말고 오히려 모든 참된 신실성을 나타내게 하라 이는 범사에 우리 구주 하나님의 교훈을 빛나게 하려 함이라(2:10).” 단지 맹목적이고 수동적인 따름이 아니라 주의 일꾼으로서의 의무다. “사람이 마땅히 우리를 그리스도의 일꾼이요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로 여길지어다 그리고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니라(고전 4:1-2).” 내가 이처럼 말씀으로 말씀을 따라가는 것도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로 그리스도의 일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를 쳐서 온유하여진다.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5:5).” 나의 어떤 처지-땅도 내게 주신 것이 된다. 이를 주께 배운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하시니라(11:29-30).” 이는 내가 이루는 게 아니라, 설명할 길 없이 쉽고 가벼웠다. 하여 모든 겸손과 온유로 하고 오래 참음으로 사랑 가운데서 서로 용납하고 평안의 매는 줄로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4:2-3).” 나는 힘쓴다.

 

힘쓰는 일은 주먹구구식으로 애쓰는 게 아니라, 참는 것이다. 나는 나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육신을 따르는 자는 육신의 일을, 영을 따르는 자는 영의 일을 생각하나니(8:5).” 나는 어떠한지, “이기기를 다투는 자마다 모든 일에 절제하나니 그들은 썩을 승리자의 관을 얻고자 하되 우리는 썩지 아니할 것을 얻고자 하노라(고전 9:25).” 나보다 내게 더 강한 적수는 없다. 나는 나를 이기지 못한다. 절제밖에는 당할 수가 없다. 우리의 승리는 주의 것이다.

 

나는 마음이 어지러워서 말씀을 따라 걷는다. 환절기에 어디가 아픈 까닭으로 새삼 내게 두신 연약함과 부족함을 마주하는 것이다. 이에 주를 바란다는 일, 이를 선한 의도로 서원이라 여기고 이를 지키려고 애쓰는 마음만으로도 주를 기쁘시게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물론 육신에 있는 자들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느니라(8:8).” 그러므로 사람의 행위가 여호와를 기쁘시게 하면 그 사람의 원수라도 그와 더불어 화목하게 하시느니라(16:7).”

 

나는 다만 이와 같이 말씀을 나열하듯 말씀으로 말씀에 이르면서, “주를 기쁘시게 할 것이 무엇인가 시험하여 보라(5:10).” 오직 주를 바라고 주만 의지하는 것이다. 결국 마음에 간사함이 없고 여호와께 정죄를 당하지 아니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32:2).” 그런데 내가 입을 열지 아니할 때에 종일 신음하므로 내 뼈가 쇠하였도다(3).” 나는 나의 곤핍으로 연약함과 부족함으로밖에 주 앞에 설 수 없었으니. 다만 주는 나의 은신처이오니 환난에서 나를 보호하시고 구원의 노래로 나를 두르시리이다 (셀라)(7).”

 

이에 내가 네 갈 길을 가르쳐 보이고 너를 주목하여 훈계하리로다(8).”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