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글]

하늘이 주의 것이요 땅도 주의 것이라

전봉석 2019. 6. 4. 07:02

 

 

그 산지도 네 것이 되리니 비록 삼림이라도 네가 개척하라 그 끝까지 네 것이 되리라 가나안 족속이 비록 철 병거를 가졌고 강할지라도 네가 능히 그를 쫓아내리라 하였더라

여호수아 17:18

 

하늘이 주의 것이요 땅도 주의 것이라 세계와 그 중에 충만한 것을 주께서 건설하셨나이다

시편 89:11

 

 

그날그날 다르다. 마치 아이의 조증과 울증 사이 같이 때론 그 간격이 멀고 때론 가깝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기준이 필요하다. 아이가 먹는 여러 개의 약이 하는 일도 그것이었다. 잡아주어야 하는데, 성경 가운데 내가 유독 잠언을 즐겨 여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이 경건에 관한 교훈을 설명하였다. 다른 교훈은 오히려 교만하게 할 따름이다. “누구든지 다른 교훈을 하며 바른 말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경건에 관한 교훈을 따르지 아니하면 그는 교만하여 아무 것도 알지 못하고 변론과 언쟁을 좋아하는 자니 이로써 투기와 분쟁과 비방과 악한 생각이 나며 마음이 부패하여지고 진리를 잃어 버려 경건을 이익의 방도로 생각하는 자들의 다툼이 일어나느니라 그러나 자족하는 마음이 있으면 경건은 큰 이익이 되느니라(딤전 6:3-6).” 자족이 필요하였다.

 

자족은 먼저 주어진 삶에 충실한 노동에서 얻는다. 첫째는 신뢰다. “무화과나무를 지키는 자는 그 과실을 먹고 자기 주인에게 시중드는 자는 영화를 얻느니라(27:18).” 다음은 공의다. “적은 소득이 공의를 겸하면 많은 소득이 불의를 겸한 것보다 나으니라(16:8).” 그래서 다음은 불의를 멀리한다. “네 마음으로 죄인의 형통을 부러워하지 말고 항상 여호와를 경외하라 정녕히 네 장래가 있겠고 네 소망이 끊어지지 아니하리라(23:17-18).” 그런 자를 부러워하면 미끄러지고 넘어지게 되어 있다(73:2).

 

자족하는 마음은 즐거워하는 것이다. 먼저는 정의다. “정의를 행하는 것이 의인에게는 즐거움이요 죄인에게는 패망이니라(21:15).” 그리고 순종이다. “묵시가 없으면 백성이 방자히 행하거니와 율법을 지키는 자는 복이 있느니라(29:18).” 그리고 성취와 감동이다. “소망이 더디 이루어지면 그것이 마음을 상하게 하거니와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은 곧 생명 나무니라(13:12).”, “기름과 향이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나니 친구의 충성된 권고가 이와 같이 아름다우니라(27:9).”

 

경건은 겸손과 절제와 적당함과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진다. 겸손, “겸손한 자와 함께 하여 마음을 낮추는 것이 교만한 자와 함께 하여 탈취물을 나누는 것보다 나으니라(16:19).” 절제, “내가 두 가지 일을 주께 구하였사오니 내가 죽기 전에 내게 거절하지 마시옵소서 곧 헛된 것과 거짓말을 내게서 멀리 하옵시며 나를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시옵소서 혹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둑질하고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함이니이다(30:7-9).” 적당함, “너는 꿀을 보거든 족하리만큼 먹으라 과식함으로 토할까 두려우니라. 꿀을 많이 먹는 것이 좋지 못하고 자기의 영예를 구하는 것이 헛되니라(25:16, 27).” 공동체, “네 샘으로 복되게 하라 네가 젊어서 취한 아내를 즐거워하라(5:18).”

 

이처럼 책을 읽고 메모를 하고 이를 찾아보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묵상은 유익하다. 아이를 대하는 일에 있어 그동안 읽었던 나름 심리학책들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저들 중 누가 목사가 되고 목회를 하며 한 영혼을 두고 씨름하는 가운데 얻어진 이야기가 실감 있게 와 닿았다. 대놓고 병명이 있고 약 처방을 받고 정신과 치료를 하고 있는 아이는 그나마 낫다. 모두가 정상이라 하는데 누구도 알 수 없는 그 속에 뒤틀린 영혼은 속수무책이다. 뭐라 하면 자신은 아니라고 여겨 심지어 그 부모도 그런 소릴 듣기 싫어한다. 한데 부모를 저주하고 선생을 욕하고 매사에 무기력한 아이를 두고 그 나이 때 다 그래하는 식으로 치부하고 마는 것이니. 정작 난감함을 느끼는 것은 저쪽이 아니라 우리다. 우리는 저녁때면 누가 오늘은 어땠는지, 서로 있었던 일을 말하다 가정예배 때 저들을 위해 기도한다.

 

오늘 말씀을 나의 생활에 끌어다 읽었다. “그 산지도 네 것이 되리니 비록 삼림이라도 네가 개척하라 그 끝까지 네 것이 되리라 가나안 족속이 비록 철 병거를 가졌고 강할지라도 네가 능히 그를 쫓아내리라 하였더라(17:18).” 아무리 저들이 어떠할지라도 우리가 능히 이길 것이다. 그 산지는 내 것이다. 삼림이라도 개척하라. 그 끝까지 내 것이 될 것이다. 내게 두시는 아이라. 도대체 이런 소릴 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나싶은, 어떤 부질없음 앞에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 나는, 그냥 한다! 잘 개간된 땅이 아니고, 어디 구획된 도시나 성을 점령하는 일도 아니고, 버려진 땅 맹지 같다 해도, 내 앞에 두신 것이라면! 그 맹지의 자는 소경 맹() 자를 쓴다. 나는 이를 모를 일이라고 읽었다. 저 아이의 세계는 알 길이 없다.

 

가령 중1 아이가 화요일에는 혼자 와서 글을 쓰는데 하도 하기 싫어하는 것 같아 그걸 거면 오지 마라, 하고 조건처럼 일기라도 한 편 쓰며 쓴 걸 가지고 오게 했다. 그러니 하기는 싫고, 오고는 싶고, 갈 데는 없고, 고작 서너 줄짜리 글을 하루 전날 대충 써서 카페에 올렸다. 이를 기특하다고 해야 할지, 어이가 없다고 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 그래도 해야 할지. 마침 가정예배를 드리려고 모여 앉았을 때 글이 올라와 우리는 혀를 끌끌 차면서도 아이를 생각하며 주께 아뢰었다. 우리에겐 주가 주시는 마음이 필요하다. 먼저는 너그러움이다. 너그러움은 근심이 없는 마음이다. “여호와께서 주시는 복은 사람을 부하게 하고 근심을 겸하여 주지 아니하시느니라(10:22).” 이는 하나님이 주도하심을 인정하는 마음이다. “집과 재물은 조상에게서 상속하거니와 슬기로운 아내는 여호와께로서 말미암느니라(19:14).” 말에 주의한다. “죽고 사는 것이 혀의 힘에 달렸나니 혀를 쓰기 좋아하는 자는 혀의 열매를 먹으리라(18:22).”

 

또한 주의 인자함을 구한다. “사람은 자기의 인자함으로 남에게 사모함을 받느니라 가난한 자는 거짓말하는 자보다 나으니라(19:22).” 이는 내 마음에 새긴 말씀의 흔적이다. “인자와 진리가 네게서 떠나지 말게 하고 그것을 네 목에 매며 네 마음판에 새기라(3:3).” 무엇보다 우리는 겸손해야 한다. “겸손한 자와 함께 하여 마음을 낮추는 것이 교만한 자와 함께 하여 탈취물을 나누는 것보다 나으니라(16:19).” 우리는 종종 어떤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다 정나미 떨어지는 아이의 행실을 두고 치를 떤다. 공부도 못하고 책임감도 없고 불성실하고 늘 그 안에 불평불만이 가득하여 뭐라 하면 오히려 욕하고 덤비는 싸가지 없는저를 두고 뭐라 하다가도, 그러니까 주님이 우리에게 보내셨다.’ 하는 결론을 얻는 것이다.

 

하긴 그 애가 병들지 않았고 여느 청년처럼 제 몫을 다하고 살면 우리에게 왔겠나? 저 아이가 공부도 잘하고 실력이 뛰어나다면 수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닌 당신에게 왔겠나? ‘그런 아이들을 맡아 우리는 한 게 없는데, 신기하게도 성적이 향상되고 아이가 성격이 변하고 그래도 달라지는 것에서 아이엄마도 가르치는 본인도 놀라고는 하는 게 아닌가? 가령 그 똥싸개 늘 빵점짜리 아이가 이제는 종종 백점도 받는다. 기본적으로 7, 80점대를 유지한다. 서로가 놀라운 것이다. 결국 우리가 하는 게 아니라면 우리에게는 다만 주님의 마음을 주시기를, 주의 사랑으로 대할 수 있는 마음을 더하시기를. “어떤 자는 종일토록 탐하기만 하나 의인은 아끼지 아니하고 베푸느니라(21:26).” 우리가 얻는 보람이 때론 너무 더디다 해도 묵묵히 그저 무던히 오늘 하루를 감당하며 나아갈 따름이다. “사람이 교만하면 낮아지게 되겠고 마음이 겸손하면 영예를 얻으리라(29:33).”

 

이처럼 잠언의 절제된 말씀을 오래 되씹으며 주신 날을 다할 수 있는 게 복되었다. 분명한 건 이 모든 게 주의 것이라. “하늘이 주의 것이요 땅도 주의 것이라 세계와 그 중에 충만한 것을 주께서 건설하셨나이다(89:11).” 그렇다면 오늘 우리에게 보내시는 아이 하나하나가 모두 주의 것이고, 우리 마음에 두시는 누구에 대하여, 어떤 일에 있어서, 이 또한 주께서 건설하셨다! 이에 우리는 말씀 붙들고 말씀과 함께 동행한다. “지혜로운 자와 동행하면 지혜를 얻고 미련한 자와 사귀면 해를 받느니라(13:20).” 그 도움이 크다.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는 것 같이 사람이 그의 친구의 얼굴을 빛나게 하느니라(27:17).”

 

그러므로 내가 여호와의 인자하심을 영원히 노래하며 주의 성실하심을 내 입으로 대대에 알게 하리이다(89:1).”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