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글]

우리 하나님은 거룩하심이로다

전봉석 2019. 11. 4. 06:48

 

 

너는 힘을 내라 우리가 우리 백성과 우리 하나님의 성읍들을 위하여 힘을 내자 여호와께서 선히 여기시는 대로 행하시기를 원하노라 하고

대상 19:13

 

너희는 여호와 우리 하나님을 높이고 그 성산에서 예배할지어다 여호와 우리 하나님은 거룩하심이로다

시편 99:9

 

 

문득 우리의 고백은 하나다. “야곱이 잠이 깨어 이르되 여호와께서 과연 여기 계시거늘 내가 알지 못하였도다(28:16).” 나는 아이가 올 줄 알았고, 기대하며 기다렸으나 오지 않았다. 하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질 이야기는 아닐 거였다. 당연히 오겠거니 하는 마음이 머쓱해서 속상하였고, 그러다 문득 곁을 보니 늘 그 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복되고 귀하였다. 어떠하든 우리의 첫 마디는 주를 찬송하는 일이다. “찬송하리로다 주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여 그 백성을 돌보사 속량하시며(1:68).” 입이 떨어져 나오는 말은, 찬송하리로다. 그러니 오늘 말씀이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너는 힘을 내라 우리가 우리 백성과 우리 하나님의 성읍들을 위하여 힘을 내자 여호와께서 선히 여기시는 대로 행하시기를 원하노라(대상 19:13).” 우리가 힘을 내자!

 

하나님이 세상을 얼마나 사랑하셨는가?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3:16).” 하물며 나의 기다림은 고작 그 정도여서 속상하고 서운함이 오히려 송구할 따름이라. 내가 뭐라 한들, 대나무는 싹을 띄우는 데 4년이 걸리고, 모든 농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 나는 다만 보내주시는 이에 따라 맡은 자로서 일을 행하면서, 이러한 마음조차 호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 때가 있다. 주가 이루실 것이다.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여자에게서 나게 하시고 율법 아래에 나게 하신 것은 율법 아래에 있는 자들을 속량하시고 우리로 아들의 명분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4:4-5).” 그러는 동안 나의 이 사소한 기다림을 염려하는 까닭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외면해야 할까? 모르는 척 두어야 할까? 저의 선택에 따른 것이고 주가 이끄시는 일이었으니 나는 다만 무던함으로 내 역할이 있을 것인데!

 

말씀이 길이다.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나타나 우리를 양육하시되 경건하지 않은 것과 이 세상 정욕을 다 버리고 신중함과 의로움과 경건함으로 이 세상에 살고 복스러운 소망과 우리의 크신 하나님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이 나타나심을 기다리게 하셨으니나의 이 기다림까지도 실은 주께서 놓아두신 것이라! 이는 그가 우리를 대신하여 자신을 주심은 모든 불법에서 우리를 속량하시고 우리를 깨끗하게 하사 선한 일을 열심히 하는 자기 백성이 되게 하려 하심이라(2:11-14).” 오늘 이 항해에서 우리는 좌표를 잃으면 안 된다. 우리의 기준은 성경이다. 푯대는 말씀이고, 향해 나아가는 방향은 언제나 주의 뜻이다. 이를 말씀으로 준비하였다가 속상하였던 것이다.

 

들려주려 했던 것이 번번이 나에게 두시는 말씀이 되었다. 늘 이와 같은 말씀이 크고 경건하여서 나는 놀란다. 내가 누구에게 무얼 하려 했던 것이 실은 주께서 늘 우리에게 행하시는 일이었으니, 정작 하나님의 관심은 언제나 나를 향하셨다. “크도다 경건의 비밀이여, 그렇지 않다 하는 이 없도다 그는 육신으로 나타난 바 되시고 영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으시고 천사들에게 보이시고 만국에서 전파되시고 세상에서 믿은 바 되시고 영광 가운데서 올려지셨느니라(딤전 3:16).” 모처럼 먼 길을 돌아 산책을 하였고 혹시나했던 마음이 역시나로 바뀌면서 나는 조금 실망하였고 안도하였다. 어찌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이었다. 왔으면 하고 바라다가 안 오기를 바라였던 마음을 동시에 마주할 때의 난처함이라니! 내가 뭐라고 저를 위하고 어찌 대해야 할까? 주의 마음이 아니고는 감당이 안 되는 일이라. 그러는 중에도 나로 하여금 주만 바라게 하시려고! 한 영혼을 귀히 여기는 까닭도 주를 바라고 위함이었던 것이라.

 

곁에 두시는 이 한 영혼이었다. 내가 이루려는 것이 결코 아닌 일이다. 한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고 안 한다고 해서 외면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이 구원은 먼저는 나를 향해 이루신 일이며 이를 위하여 전우주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또 네 씨로 말미암아 천하 만민이 복을 받으리니 이는 네가 나의 말을 준행하였음이니라 하셨다 하니라(22:18).” 고작 아들 하나 주시고는 이와 같은 말씀을 하실 때 아브라함은 어떻게 그 너머 하나님의 섭리와 경륜을 바라고 붙들 수 있었던 것일까? 어찌 수많은 믿음의 사람들은 그 증거를 보지 못하고도 약속을 붙들고 살 수 있었던 것일까? 약속을 따랐으나 약속을 받지 못한 이들이라니! “이 사람들은 다 믿음을 따라 죽었으며 약속을 받지 못하였으되 그것들을 멀리서 보고 환영하며 또 땅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임을 증언하였으니(11:13).” 그럼에서 이 땅에서 외국인으로, 그저 나그네로 살아낼 수 있었던 것일까?

 

참 놀라운 마음은 새로 누구를 생각하고 어떤 일을 염두에 두고 있다가도 이처럼 맹랑할 때의 더욱 온전하게 하심이라. 그러니 말씀이 우선이다. 어떠하든 좌표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여전히 망망대해라 해도 저 너머에 주의 언약의 항구가 있다. 아무리 풍랑이 일고 폭풍우가 몰아친다 해도, 오직 주만을 바람이여! “피조물이 고대하는 바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나타나는 것이니(8:19).” 저들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피조물이 허무한 데 굴복하는 것은 자기 뜻이 아니요 오직 굴복하게 하시는 이로 말미암음이라(20).” 주가 행하셔야 저가 오든 우리가 나아가든 할 일이다. 결국 이 길은 사람의 뜻으로는 할 수 없다. 사람을 보고 하는 일도 아니었다. 우리에게 어떤 선행을 바라시는 게 아니라, 주의 뜻을 행하게 하려 하심이었다. 저로 굴복하게 하시는 이가 오늘 나에게도 주 앞에 순복하기를 원하심이다.

 

고로 오늘 시편의 말씀은, “너희는 여호와 우리 하나님을 높이고 그 성산에서 예배할지어다 여호와 우리 하나님은 거룩하심이로다(99:9).” 우리가 사는 이유고 죽어도 그 목적은 변함이 없다. 그러기까지 저 아이인들 그 속이 오죽하겠나? 그 가족들의 노고가 또한 어떠하겠나? 누가 다 늦은 시간에 글을 올렸다. 늙은 어머니의 변덕과 허영과 하나님 없는 그 마음의 어쩔 수 없음에 대하여 뇌까린 소리였다. 문득 그것을 읽고 잠들려는데 마음이 다 쓰리고 아렸다. 안 믿는 부모의 헛됨에 대하여, 이를 믿음으로 감내해야 하는 자식으로서 속직히 감추지 않은 그 속내가 주께 상달되기를 기도하였다. 위로가 돌보심이 함께 하시기를. 그러니 내가 복이 많다. 나는 나의 부모의 신앙과 그 믿음을 감사히 여긴다. 하나님으로 바라고 의지하였던 삶과 노년에 이르러 주의 뜻을 더욱 구하고 섬기는 데 따른 삶의 온화함과 온유함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나에게 베푸시는 은혜라.

 

나는 뭐라 저의 글에 답글을 올리려다 그만두었다. 이를 또한 겪고 고달파하며 저가 비로소 주를 더욱 바라게 되는 것을 기도하였다. 오늘은 어제 주일을 지키지 못한 아이가 오겠다고 하였다. 틈을 내면 두어 시간 같이 성경공부를 할 시간이 되어서 잘 되었다 생각했다. 그의 안에 사모함을 더하시는 주의 은혜가 감사하였다. 그런 거 보면 나에게는 저 한 영혼으로 족하였고 감사하였고 분에 넘치는 일이었다. 하나님은 결국 내가 감당할 만큼만 맡기신다. 이로 족하였다. 내가 오지 않은 아이로 실망하였다가 또한 감사히 여긴다. 할 수 있는 정도면 족한 것이다. “여호와께서 다스리시니 만민이 떨 것이요 여호와께서 그룹 사이에 좌정하시니 땅이 흔들릴 것이로다(99:1).” 다만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주의 일에 쓰임을 다할 뿐이다. 이에 시온에 계시는 여호와는 위대하시고 모든 민족보다 높으시도다(2).”

 

오롯이 나의 할 일은 주를 찬송함이다. “주의 크고 두려운 이름을 찬송할지니 그는 거룩하심이로다(3).” 하나님이 여기 계셨다. 이곳이 주의 성전이 된다. 너희는 여호와 우리 하나님을 높여 그의 발등상 앞에서 경배할지어다 그는 거룩하시도다(5).” 이에 여호와 우리 하나님이여 주께서는 그들에게 응답하셨고 그들의 행한 대로 갚기는 하셨으나 그들을 용서하신 하나님이시니이다(8).” 그러므로 너희는 여호와 우리 하나님을 높이고 그 성산에서 예배할지어다 여호와 우리 하나님은 거룩하심이로다(9).”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