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글]

하나님이 계시다 하리로다

전봉석 2020. 2. 21. 07:02

 

 

이는 하나님이 내 활시위를 늘어지게 하시고 나를 곤고하게 하심으로 무리가 내 앞에서 굴레를 벗었음이니라

욥기 30:11

 

그 때에 사람의 말이 진실로 의인에게 갚음이 있고 진실로 땅에서 심판하시는 하나님이 계시다 하리로다

시편 58:11

 

 

어지러운 하루였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불안이 커졌다. 아이는 어디 새로운 일터에 면접을 가느라 오지 못했다. 토요일의 친구는 어찌된 일인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오후의 아이와 성경공부를 하고 각자 글을 썼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사람이라. 가장 그러한 게 마음이지 않겠나? 뭐라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으나 모든 것은 돼봐야 안다. 생각으로는 생각을 이룰 수 없다. 마음 같아서는 마음을 제대로 지킬 수 없다. 하나님이 그리 두시는 데야. 어려움은 별 수 없는 일이다. 일어나기 전에는 남 얘기하듯 자신은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지만, ‘버러지 같은 존재그만큼 나약한 우리의 인생에 대하여, “버러지 같은 너 야곱아, 너희 이스라엘 사람들아 두려워하지 말라 나 여호와가 말하노니 내가 너를 도울 것이라 네 구속자는 이스라엘의 거룩한 이이니라(41:14).”

 

주께서 나를 도우실 것이다. 함께 하실 것이다. 그러므로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10).” 나는 이 말씀으로 견딘다. 괜히 불안장애는 아닌 것이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면 예기불안은 어김없이 나를 엄습한다. 그러나 나의 연약함을 나보다 더 잘 아시는 하나님이시라, 나는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하던 자리에서 무던할 따름이다. “이는 나 여호와 너의 하나님이 네 오른손을 붙들고 네게 이르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를 도우리라 할 것임이니라(13).” 감사하게도 아이는 억지로라도 따라와 주었고 나의 몸은 그때마다 새 힘을 얻었다.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일은 뭔가 획기적이고 대단하여 늘 긴장감으로 박동감 넘치는 삶이 아니다. 도리어 아무런 변화도 없고 늘 그 날이 그 날 같은 일상 가운데서 무던히 맡기신 자를 의뢰하며(심지어는 잊어버리고) 주어진 삶을 사는 것이다.

 

그와 같은 일상에서 우리의 영적인 성장은 뼈마디가 굵어지고 신체발육이 사랑스럽게 자라가고 있다. 즉 대단한 일 때문이 아니라 일상의 고요한 반복과 반복 가운데서 숨겨진 채로 말이다. “예수는 지혜와 키가 자라가며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욱 사랑스러워 가시더라(2:52).” 하나님은 저를 은밀한 중에 감추시고 일상으로 덮으셔서 그의 섭리 가운데서 자라가게 하셨다. 문득 오후께 나는 그와 같은 사실을 묵상하였다. 오늘 우리가 사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이란 것도 뭔가 요란하고, 박진감 넘치고, 대단한 굴곡의 연속이 아니었다. 긴가민가하는 일상이 되풀이 되지만 그러는 중에 우리는 주의 손길에서 자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먼저는 이 모든 일이 은혜대로 하시는 것이다. “너희를 위한 우리의 소망이 견고함은 너희가 고난에 참여하는 자가 된 것 같이 위로에도 그러할 줄을 앎이라(고후 1:7).” 고난이든 위로이든 모든 게 주의 손길이라. 형통한 날에는 감사하고 곤고한 날에는 기도한다. 이 둘이 병행하는 게 인생이다. 이로써 하나님은 우리로 장래 일을 알지 못하게 하셨다(7:14). 이는 축복인 것이다.

 

이러한 삶은 택하심에 따른 의뢰다. 아무나 그러할까?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 이는 그가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 바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는 것이라(1:5-6).” 우리로 찬송하게 하시려고, 그리하여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곧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4).” 이를 바로 알 때 끊어질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신뢰한다.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8:38-39).” 그 어떤 것도 우리를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니! 저가 천사라도, 이 땅에 권세 잡은 죽음의 영이라도, 불안이 밀려와 안정제를 평소보다 더 먹는다 해도.

 

이는 이미 우리로 속량하신 그 사랑을 앎이다.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은혜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피로 말미암아 속량 곧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1:7).” 이는 모두 은혜로 말미암은 것이어서 내가 지금 어떤 자격으로 이를 누리고 요구하는 게 아닌 것이다. 다시 말해 의는 이룬 것이 아니라 입은 것이다. “하나님이 죄를 알지도 못하신 이를 우리를 대신하여 죄로 삼으신 것은 우리로 하여금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의가 되게 하려 하심이라(고후 5:21).” 결국 하나님을 나로 하나님의 의가 되게 하려 하심이니, 살아도 주의 의요 죽어도 주의 의다. 형통해도 주의 의고 곤고해도 주의 의다. 이를 위하여 죄 없는 아들을 나를 대신하여 죄로 삼으신 것이니, 이 모든 게 결코 허튼소리는 아니다. 막말로 그 값이 엄청난 것이어서 주께서 그냥 포기하실 리 없다. 그러실 수 없다. 이름하여 나는 이제 새로운 피조물이라, 그의 자녀가 되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17).”

 

어느 종파의 막무가내식 포교와 그 믿음의 무모한 자기 확신이 오늘 날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저들은 이단이고, 이 시대에 극렬하게 전파되는 적그리스도인 것에 대해 우리로 새삼 알게 하시려고! 그 위선과 거짓과 맹목적인 헌신과 막무가내로 활동하는 것들에 대하여! 그러니 참 여기도 보면 여전히 가관이라. 특히 노인들이 얼마를 받고들 그러시는가? 어제도 그 와중에 길거리에 삼삼오오 팻말과 전단지를 들고 정권퇴진을 부르짖고 서명을 받느라 요지경이었다. 대체로 연세가 지긋한 어머니들인데 뭘 안다고 저러는 것일까? 누가 뒤에서 충동하고 얼마를 쥐어주고 잘한다잘한다 하는 것일까? 덩달아 오가는 사람들을 따라가면서까지 자기 종파를 전하며 포교하는 모습을 보면서저들의 열심이 자신을 죽이고 이 시대를 어지럽히며 안 믿는 자들을 억압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싸잡아 기독교가 매도되는 시대이다.

 

우리는 이미 천국에 산다. 우리는 그 은혜를 안다. “이는 그가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 바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는 것이라(1:6).” 이는 단순히 우리가 생각하고 그리 결행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이 직접 행하시고 그리 약속하신 일이라, 번복하실 수 없다. 저는 변개가 없으시다. “하나님의 약속은 얼마든지 그리스도 안에서 예가 되니 그런즉 그로 말미암아 우리가 아멘 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되느니라(고후 1:20).” 그러므로 나는 어쩔 것인가? ‘버러지 같은 인생이라, 참으로 보잘것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나를 나보다 더 사랑하시는 이가 전능하신 하나님이시다. 그 하나님은 우리의 거룩을 바라신다. “그런즉 사랑하는 자들아 이 약속을 가진 우리는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가운데서 거룩함을 온전히 이루어 육과 영의 온갖 더러운 것에서 자신을 깨끗하게 하자(7:1).” 그러므로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은혜와 평강이 있기를 원하노라(1:2).”

 

그러할 때 또한 저의 풍성하심 가운데 우리는 감사가 넘쳐난다. 이는 나의 하나님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영광 가운데 그 풍성한 대로 너희 모든 쓸 것을 채우시리라(4:19).” 오늘 내게 필요한 것을 아시고, 내가 주를 바라며 거룩하여지는 데 따른 환경과 사건을 조성하신다. 때론 이해할 수 없고 더욱이 난처하여 어렵기만 한데, 하나님은 우리의 생각을 지키신다.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7).” 평강으로 지키시는 것이다. 이는 결국 우리들로 하여금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죄의 삯은 사망이요 하나님의 은사는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 안에 있는 영생이니라(6:23).” 말씀 앞에 앉는다.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의 다급한 발걸음을 피해 오직 주만 바라며 주를 의지하는 길에서 이런 상황까지도 하나님이 간섭하고 계심을, “이는 하나님이 내 활시위를 늘어지게 하시고 나를 곤고하게 하심으로 무리가 내 앞에서 굴레를 벗었음이니라(30:11).” 나의 곤고함이 나로 무리의 굴레를 벗긴다. 나의 불안과 두려움이 주를 더욱 바라고 의지하게 한다. 저 아이의 영혼을 두고 기도하게 하신다.

 

이를 모두가 알게 하실 것이다. “그 때에 사람의 말이 진실로 의인에게 갚음이 있고 진실로 땅에서 심판하시는 하나님이 계시다 하리로다(58:11).”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