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글]

나를 살리소서

전봉석 2017. 11. 3. 07:28

 

 

 

여호와께서 말씀하셨다고 하는 자들이 허탄한 것과 거짓된 점괘를 보며 사람들에게 그 말이 확실히 이루어지기를 바라게 하거니와 그들은 여호와가 보낸 자가 아니라

에스겔 13:6

 

내가 날이 밝기 전에 부르짖으며 주의 말씀을 바랐사오며 주의 말씀을 조용히 읊조리려고 내가 새벽녘에 눈을 떴나이다 주의 인자하심을 따라 내 소리를 들으소서 여호와여 주의 규례들을 따라 나를 살리소서

시편 119:147-149

 

 

 

광장에서 기독교 방송과 한기총을 운운하며 ‘신천지’는 연설을 해댔다. 주말이면 가판대를 설치해 오가는 사람에게 설문조사를 하듯 교세를 확장하려고 저들은 열을 올린다. 득세하는 저들 열심이 공격적이다. 주로 젊은 층의 사람들이라 것도 무서운 일이다. 하긴 다 나름의 열심으로 산다. 글방이 들어 있는 건물 층층에 노인들 무슨 의료시술 다단계가 있는가, 종일 떼를 지어 다니는 노인들을 볼 때면 마음이 좋지가 않다. 어디가 아프고 힘드니까 그럴 테지만, 서로들 효험을 자랑하느라 복도가 쩌렁쩌렁하다.

 

새로 누가 나고 들고, 이틀이 멀다하고 공사를 하거나 이사를 하거나. 옆을 나란히 하던 사무실도 이달 중순이면 세를 빼고 어디로 가려는지, 또 그 쓰던 집기들을 보러 오느라 사람이 들고 나고. 금세라도 비가 퍼부을 것 같이 하늘은 잔뜩 무거운 하루였다. 어둑한 글방에 들어앉아 나는 다음 말씀을 읽었다.

 

“들으라 너희 중에 말하기를 오늘이나 내일이나 우리가 어떤 도시에 가서 거기서 일 년을 머물며 장사하여 이익을 보리라 하는 자들아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 너희가 도리어 말하기를 주의 뜻이면 우리가 살기도 하고 이것이나 저것을 하리라 할 것이거늘 이제도 너희가 허탄한 자랑을 하니 그러한 자랑은 다 악한 것이라 그러므로 사람이 선을 행할 줄 알고도 행하지 아니하면 죄니라(약 4:13-17).”

 

한 마디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적다가도 하나님이 오라고 하시면 가야 하는. 주의 뜻이면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하는 것에 대하여. 묵상하였다. 사장은 오늘내일 중국에 다녀온다고 인사를 주었다. 새로 들어올 사무실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이라 설명도 해주었다. 다들 사느라 아등바등한다. 모든 게 허사였다. ‘내일 일을, 알지 못하는도다.’ 누가 그렇게 죽을 줄 알았나.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

 

기도회를 갖고 돌아와 잠자리에 누웠는데 아내가 핸드폰을 교회에 두고 왔다고 했다. 열한시가 넘었다. 차로 같이 내려갔다 왔다. 도로는 여전히 아수라장이었다. 삼삼오오 술기운에 비틀거렸다. 노래방은 소란스러웠고 24시 하는 음식점은 늘어갔다. 마치 처음인 사람처럼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 불안하기까지 했다. 다들 ‘허탄한 자랑을 하니’ 사는데 드는 비용이 그 열심이 엉뚱한 데 쓰이는 것이어서 허허로웠다. “여호와의 눈은 온 땅을 두루 감찰하사 전심으로 자기에게 향하는 자들을 위하여 능력을 베푸시나니(대하 16:9).”

 

온전히 주만 바라며 살 수 있기를. 주가 보살피신다.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시 23:6).” 아니면 무엇으로 살 것인가. 주를 앙망할 때 주께서도 일하신다. “주 외에는 자기를 앙망하는 자를 위하여 이런 일을 행한 신을 옛부터 들은 자도 없고 귀로 들은 자도 없고 눈으로 본 자도 없었나이다(사 64:4).” 그때마다 필요를 공급하신다. “모든 선한 일에 너희를 온전하게 하사 자기 뜻을 행하게 하시고 그 앞에 즐거운 것을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 가운데서 이루시기를 원하노라 영광이 그에게 세세무궁토록 있을지어다 아멘(히 13:21).”

 

우리는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라, 그러므로 주를 바랄 따름이다. 새로 한 보조기 때문에도 나는 며칠째 앓는 사람처럼 어디가 자꾸 아팠다. 나가야 할 돈은 쌓였는데 아이들 가정도 형편이 어려운가 다들 교육비를 안낸다고 아내는 궁싯거렸다. 이제 초딩 2학년 계집아이 엄마는 가장 비싼 영어학원에 등록을 하고는 돈이 없다고 투덜거렸다. 아침 일찍 전화해서 이런저런 하소연을 늘어놓는데, 아내는 밀린 교육비나 내라고 말하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단다. 늘 내 코가 석 자라. 때론 그저 사는 게 고단할 따름이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자기 자아를 잊고 다른 존재를 품는 것.’ C. S. 루이스가 어디서 한 말이다. 다들 자기중심적으로 산다. 아이엄마도 딸 자식 하나 있는 거, 아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듯 굴지만 정작 그게 다 허영이라. 돼도 않을 것에 마음을 두고는 어쩌면 좋냐고 푸념이다. 아니, 이제 초딩 2학년인 아이가 왜 그런 영어학원을 다녀야 하냐고. 것도 쥐뿔, 여기 교육비도 밀리고 돈에 쪼들려 밤에 어디 식당자리라도 알아보는 주제에. 이보다 더 비극적인 허영도 없는 것이다. 어쩌겠나. 다 지 멋에 겨워 사는 일인 걸.

 

참 희한한 게 이러한 자기만족이 다른 사람의 갈채를 받고 호응을 얻을 때 우쭐하면서 만족감을 얻는다. 가장 큰 비극은 자기만족에 겨워하는 한 하나님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놓고는 원망을 일삼는 것이다. 또 재밌는 건 그런 사람이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함으로 또한 만족함을 얻는다. 그러니까 누가 호응을 하고 같이 부추겨 갈채를 보낼 때 만족감을 얻는 경우와 또는 아무도 몰라줘도 상관없다고 여기면서 자기 혼자 만족해하는 경우가 모두 허영 때문이다. 누군 책을 모으고, 누군 신발을 사재고, 누군 고급 차를 운전하면서, 누가 뭐라든!

 

“그들의 모든 행위를 사람에게 보이고자 하나니 곧 그 경문 띠를 넓게 하며 옷술을 길게 하고 잔치의 윗자리와 회당의 높은 자리와 시장에서 문안 받는 것과 사람에게 랍비라 칭함을 받는 것을 좋아하느니라(마 23:5-7).” 이를 두고 오늘 본문은 괜찮다, 평안하다 하는 거짓을 상기시킨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셨다고 하는 자들이 허탄한 것과 거짓된 점괘를 보며 사람들에게 그 말이 확실히 이루어지기를 바라게 하거니와 그들은 여호와가 보낸 자가 아니라(겔 13:6).” 부추기고, 덩달아 날뛰고, 앞에서 이끌면서.

 

말씀 앞에서 나는 두렵다. 행여 나는 어떠한지. 나는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어서 말이다. 이 모두는 ‘장래의 은혜’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기도한다. “하나님이여 내가 늙어 백발이 될 때에도 나를 버리지 마시며 내가 주의 힘을 후대에 전하고 주의 능력을 장래의 모든 사람에게 전하기까지 나를 버리지 마소서(시 71:18).” 얼결에 밤거리를 돌아보고 들어온 나는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본문을 음미한다. “내가 날이 밝기 전에 부르짖으며 주의 말씀을 바랐사오며 주의 말씀을 조용히 읊조리려고 내가 새벽녘에 눈을 떴나이다 주의 인자하심을 따라 내 소리를 들으소서 여호와여 주의 규례들을 따라 나를 살리소서(119:147-149).” 주 안에서 외에 안전한 곳은 없다. 나는 날이 밝기 전에 주의 말씀을 바랐다. 조용히 읊조리며 새벽녘에 눈을 떴다. 주의 인자하심을 따라 나의 소리를 들으소서. 내 안에 아뢰고 구하는 일들을. 주의 말씀을 따라 나를 살리소서. 나를 버리지 마소서.

 

주의 능력을 모든 사람에게 전하기까지. 그렇게 주를 바로 알게 하시기를.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요 4:14).” 그러므로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 이에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리라 하시니(요 7:38).” 다른 무엇으로 은혜를 구할까.

 

어기적거리듯 천천히 걸어 글방을 오가는 동안, 창가에 혼자 서서 가만히 누구를 생각하는 일에서, 또 우리가 처한 상황으로 마음이 어렵고 답답할 때. “내 영혼을 살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주를 찬송하리이다 주의 규례들이 나를 돕게 하소서(시 119:175).” 내 영혼을 살게 하소서. 때로는 “잃은 양 같이 내가 방황하오니 주의 종을 찾으소서 내가 주의 계명들을 잊지 아니함이니이다(176).”

 

그러므로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10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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