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글]

네 손이 닿는 모든 일에 네게 복을 주시리라

전봉석 2019. 4. 29. 06:57

 

 

 

너는 반드시 그에게 줄 것이요, 줄 때에는 아끼는 마음을 품지 말 것이니라 이로 말미암아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가 하는 모든 일과 네 손이 닿는 모든 일에 네게 복을 주시리라

신명기 15:10

 

하나님이 하늘에서 인생을 굽어살피사 지각이 있는 자와 하나님을 찾는 자가 있는가 보려 하신즉 각기 물러가 함께 더러운 자가 되고 선을 행하는 자 없으니 한 사람도 없도다

시편 53:2-3

 

 

한마음으로 하나님께 소리 높여’, 기도와 말씀은 불가분의 관계다. 이를 알게 하시려고 말씀을 두시고 말씀이 있음으로 사람이 보인다. 주 앞에 같이 모이게 하신다. 아이는 여전하였고 나이든 장모는 정정하였다. 기도 없이는 말씀은 없다. 말씀이 없이는 기도는 없다. 말씀을 준비하고 증거하고, 이를 살며 느끼고 준행한다는 것은 복에 복이 있었다. 형님은 안녕하였고 조카는 건들거렸다. 다행히 공기는 맑았고 바람은 선선하였다.

 

특별히 주일 아침에는 아픈 것도 조심할 일이다. 진통제를 먹을까하다 속이 볶일 것 같아 참았다. 고통도 예배 뒤로 미뤘다. 오후께 아이와 성경공부를 마치고, 아이가 돌아간 뒤에 아팠다.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고 육신을 달랬다. 모두는 무사하였고 하루는 거뜬하였다. ‘주여, 우리에게 기도를 가르쳐주소서.’ 삶을 가르쳐주시고 고통과 수고와 견딤도 가르쳐주소서. “내 의의 하나님이여 내가 부를 때에 응답하소서 곤란 중에 나를 너그럽게 하셨사오니 내게 은혜를 베푸사 나의 기도를 들으소서(4:1).”

 

아이와 남아 성경공부를 하는 시간이 좋았다. 우리가 함께 한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말로 설명해주고 싶었다. “모든 겸손과 온유로 하고 오래 참음으로 사랑 가운데서 서로 용납하고 평안의 매는 줄로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4:2-3).” 아이는 아이를 생각하였고 서로는 아이를 중심으로 대화를 이끌고 주목하며 관심을 두었다. 서로 용납한다는 말, 누구는 꾸고 누구는 꾸어주는 입장이겠으나 이에 대해 오늘 말씀은 우리로 주의할 것을 당부하신다.

 

자기의 것을 내어주는 일이란 받는 일보다 주의할 게 많았다. “너는 반드시 그에게 줄 것이요, 줄 때에는 아끼는 마음을 품지 말 것이니라 이로 말미암아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가 하는 모든 일과 네 손이 닿는 모든 일에 네게 복을 주시리라(15:10).” 모두가 한 아이를 중심으로 기다려주고 말을 풀어가면서, 나는 교회란 그렇듯 평안의 매는 줄로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시는 것을 보았다. “몸이 하나요 성령도 한 분이시니 이와 같이 너희가 부르심의 한 소망 안에서 부르심을 받았느니라(4:4).”

 

아이와 말씀을 나누며 아이와 있는 우리의 역할을 말해주었다. 서로를 용납하고 하나가 된다는 것은 구호가 아니라 귀를 기울이고 기다리고 용인하고 함께 보폭을 맞추는 걸음이었다. 아이는 청년예배로 돌아가고 아이와 남아서 성경공부를 하면서 우리에게 더하시는 날들의 소중함을 나누었다. “우리 각 사람에게 그리스도의 선물의 분량대로 은혜를 주셨나니(7).” 우리의 일용할 양식과 그 삶의 정직한 무게는 그리스도의 선물의 분량대로였다.

 

저녁께 아이가 청년예배에서 같이 풋살을 한 사진을 보내왔다. 우리 교회가 못 하는 것을 같이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한참 에너지가 넘칠 때였다. 나는 말씀에서 주의할 것을 찾았다. “사람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행하지 않도록 하라.” 알게 모르게 우리는 얼마나 본능적으로 사람에게 인정 받고 싶어 하는지 모른다. 이에 외식하는 자와 같이 너희 앞에 나팔 불지 말라.” 제 입으로 내세우는 공치사나 푸념이 같다. 이를 은밀하게 하라.”

 

은밀한 중에 계신 아버지께 하라.” 누굴 생각하고 위하여 주께 구하는 일이란 아버지와 나의 일이다. “중언부언하지 말라.” 말이 많아야 들으시는 게 아니다. 이는 아이를 대하고 가르치는 데 있어서도 다르지 않았다. 누구에 대해 묻자, 잊힐 수 있는 기회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말해주었다. 어느 훗날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을 두고 주 앞에 감사하며 복음의 빚진 자로 살아갈 것을 안다. 기도에 빚지고 사랑에 빚진 자이다.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든지 아무 빚도 지지 말라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느니라(13:8).” 그러므로 누구를 연연해하지 않는 것도 사랑이려니. 주의 능력이 권세가 긍휼하심이 함께 하실 것을 신뢰하면서.

 

이미 다 아시는 하나님 너희 아버지께 기도하라.” 나는 예수께서 기도를 가르쳐주시기에 앞서 구제를 동일시하신 점에 주목하였다(6:1-8). 기도는 곧 구제다. 있는 것을 내어주는 일로써 돈이나 그 어떤 물질보다 과비용이 드는 일이다. 마음을 준다는 것, 생각하고 또 위하여 주 앞에 아뢰는 일이란, 내 안에 이는 온갖 감정을 물리치는 일이기도 하다. 어떤 서운함이나 조급함으로 안달을 부리는 마음보다 힘에 부치는 일이 또 있을까? 주 앞에 바로 선다는 일은 내가 누구를 생각함이 바람이 불고 해가 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이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다들 돌아가고 아이와 한 시간 남짓 성경공부를 하며, 우리 곁에 두신 아픈 아이로 인해 우리에게 더하시는 이 마음의 소중함을 나누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두시는 자기 십자가가 결코 고생스럽고 골탕 먹는 일이 아니었다. 곧 내게 두시는 내 육신의 연약함으로 나는 더욱 간절하여서 주의 긍휼하심과 자비하심을 붙든다. 아이는 나의 이 말을 들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우리가 누굴 위해 무얼 한다고 하지만 실은 그 무엇이 우릴 위해 무얼 하도록 주께서 이끄시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라가는 것이었다.

 

우리가 다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온전한 사람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리니 이는 우리가 이제부터 어린 아이가 되지 아니하여 사람의 속임수와 간사한 유혹에 빠져 온갖 교훈의 풍조에 밀려 요동하지 않게 하려 함이라(4:13-14).” 이처럼 함께 한다는 것, 같이 간다는 것, 생의 어느 지점에서 서로 마주쳐서 동행하게 하셨다는 게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일인가에 대하여. 결국 돌아보니 내 곁에 있던 이들이 나의 생을 규정하는 것이었다.

 

누구와 어떤 일로 무엇을 향해 어울리고 함께 하였는가, 하는 것이 삶의 표면적인 증거가 되는 거였다. 서로는 같은 관심과 할 말과 되새김과 마음 씀으로 위하며, 위하다 물들고 스며서 같이 하나가 된다. “몸이 하나요 성령도 한 분이시니 이와 같이 너희가 부르심의 한 소망 안에서 부르심을 받았느니라(4).” 아이와 성경공부로 나눈 말씀은 그저 읽고 또 되새김으로 그 묵상의 질감이 소중하였다. 언제 어디서 어디까지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을지, 앞날은 알 수 없으나 그 앞에 주님이 먼저 계실 것을 이제 우리는 안다.

 

서로가 주를 향하여 함께 가는 일. 누구는 나이가 들었고 누구는 병들었으며, 누구는 이런 사정 저런 사정으로 때론 딱하고 때론 부럽고 하지만 어떠하든 이를 같이 풀어놓고 나누고 같이 짊어질 수 있는 게 교회요 주님이 머리되시는 우리의 하나 됨이었다. 아이는 이를 이해하였을까? 나는 꾸부정하게 아픈 허리를 끙, 하고 돌아앉으며 생각하였다. 그렇게 주님은 우리 앞에 기도와 구제를 나란히 놓으셨다.’ 우리가 기도를 한다는 것은 자신을 위해 비는 소원의 정도가 아니라, 남을 위한 것이었다.

 

하나님이 하늘에서 인생을 굽어살피사 지각이 있는 자와 하나님을 찾는 자가 있는가 보려 하신즉 각기 물러가 함께 더러운 자가 되고 선을 행하는 자 없으니 한 사람도 없도다(53:2-3).” 스스로 선할 수 없으며 저마다 각기 물러가 더러워질 따름이다. 이래서 교회다. 서로를 씻기고 위하고 덮어준다. 용인하고 배려하며 함께 이고 진다. “네가 만일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만 듣고 내가 오늘 네게 내리는 그 명령을 다 지켜 행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기업으로 주신 땅에서 네가 반드시 복을 받으리니 너희 중에 가난한 자가 없으리라(15:4-5).”

 

이에 시온에서 이스라엘을 구원하여 줄 자 누구인가 하나님이 자기 백성의 포로된 것을 돌이키실 때에 야곱이 즐거워하며 이스라엘이 기뻐하리로다(53:6).”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