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글]

네가 고난 중에 부르짖으매 내가 너를 건졌고

전봉석 2025. 4. 4. 04:54

 

다윗이 이 말을 그의 마음에 두고 가드 왕 아기스를 심히 두려워하여 그들 앞에서 그의 행동을 변하여 미친 체하고 대문짝에 그적거리며 침을 수염에 흘리매 아기스가 그의 신하에게 이르되 너희도 보거니와 이 사람이 미치광이로다 어찌하여 그를 내게로 데려왔느냐

삼상 21:12-14

 

이르시되 내가 그의 어깨에서 짐을 벗기고 그의 손에서 광주리를 놓게 하였도다 네가 고난 중에 부르짖으매 내가 너를 건졌고 우렛소리의 은밀한 곳에서 네게 응답하며 므리바 물 가에서 너를 시험하였도다 (셀라)

시 81:6-7

 

 

다윗이 사울을 피하여 놉 땅으로 갔다. 놉은 작은 산, 언덕 또는 ‘산당’이란 뜻이다. 예루살렘에서 북쪽으로 약 4km 떨어져있고, 당시의 수도였던 기브아에서는 동남쪽으로 약 4km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일찍이 블레셋의 공격으로 실로의 성막이 파괴된 이후 여호와의 성막은 제사장의 성읍인 이곳 ‘놉’으로 옮겨졌다. 다윗이 그때에 ‘놉’으로 간 이유였다.

 

제사장의 우림과 둠밈으로 자신의 피신과 관련하여 하나님의 뜻을 묻고자 함이었다. “아히멜렉이 그를 위하여 여호와께 묻고 그에게 음식도 주고 블레셋 사람 골리앗의 칼도 주더이다(22:10).” 또한 도피 중에 필요한 양식을 구할 수 있는 곳이 마땅하지 않았다. 하여 하나님께 드려진 거룩한 떡을 받아먹었다. 그리고 자신의 무기라 할 수 있는 골리앗의 칼을 받을 수 있었다.

 

제사장 아히멜렉은 사울 시대의 대제사장이었다. 이전 블레셋과의 믹마스 전투에서 사울을 도와 하나님의 뜻을 묻는 일에 참여하였다. 그 아히멜렉이 떨며 다윗을 영접하였다. 아히멜렉의 이같은 반응은 사울의 포악이 극에 달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때 다윗은 자신을 따르는 소년 몇 명을 대동하고 있었다. 사울에게 쫓기던 시절, 자신의 처지를 은폐하기 위해 단신으로 아히멜렉을 방문했던 것이다.

 

다윗은 궁색하게 거짓으로 고한다. 왕이 일을 명하였으나 아무도 알게 하지 말라 하였다고 말이다. 이와 같이 거짓말을 한 까닭은 만일 자신이 사울을 피해 도망 왔다는 사실을 아히멜렉이 알 경우 사울로부터 보복을 두려워하는 아히멜렉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 다윗은 사울의 특명으로 잠시 들른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 하고 저는 진설병으로 바친 거룩한 떡과 골리앗의 칼을 받았다.

 

이러한 것을 에돔 사람 도엑이 보고 있었다. 도엑은 당시 사울의 목자장이었는데 훗날 이를 고하여 85명의 선지생도를 몰살하는 끔찍한 일을 저지른다. “그 때에 에돔 사람 도엑이 사울의 신하 중에 섰더니 대답하여 이르되 이새의 아들이 놉에 와서 아히둡의 아들 아히멜렉에게 이른 것을 내가 보았는데 아히멜렉이 그를 위하여 여호와께 묻고 그에게 음식도 주고 블레셋 사람 골리앗의 칼도 주더이다(22-9-10).”

 

“왕이 도엑에게 이르되 너는 돌아가서 제사장들을 죽이라 하매 에돔 사람 도엑이 돌아가서 제사장들을 쳐서 그 날에 세마포 에봇 입은 자 팔십오 명을 죽였고 제사장들의 성읍 놉의 남녀와 아이들과 젖 먹는 자들과 소와 나귀와 양을 칼로 쳤더라(18-19).”

 

이를 훗날 비통히 여겨 두고두고 회고된다.

 

포악한 자여 네가 어찌하여

악한 계획을 스스로 자랑하는가

하나님의 인자하심은 항상 있도다

(시 52:1).

 

때로는 우리가 신앙을 지키며 믿음으로 산다는 일이 얼마나 막막하고 고단한 일인가를 보여준다. ‘우리가 이와 같은 어려움으로 주의 이름을 부르고 주 앞으로 나아갈 때 사탄은 가장 두려워한다.’ 이는 C. S. 루이스의 말이다. 시편은 이와 같이

 

야곱의 하나님을

자기의 도움으로 삼으며

여호와 자기 하나님에게

자기의 소망을 두는 자는

복이 있도다

 

억눌린 사람들을 위해

정의로 심판하시며

주린 자들에게

먹을 것을 주시는 이시로다

여호와께서는 갇힌 자들에게

자유를 주시는도다

(146:5, 7).

 

비록 오늘 다윗의 처지는 그야말로 한심하고 처량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주의 전으로 나아가고, 주의 떡을 먹으며 기력을 다하였다. “그러나 무릇 여호와를 의지하며 여호와를 의뢰하는 그 사람은 복을 받을 것이라(렘 17:7).” 이와 같은 말씀이 우리 삶에 실현되는 것을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 실제 삶으로 이를 확인하지 못한다면 성도로서 이 길을 완주하기가 힘들다. 세상은 모르나 우리는 아는 하나님의 도우심이 반드시 있다.

 

우리가 천성을 향해 갈 때에 무엇으로 위로를 받고 새 힘을 얻을 것인가? 다음 말씀으로 이어지는 다윗의 처지는 그야말로 가관이다. “다윗이 이 말을 그의 마음에 두고 가드 왕 아기스를 심히 두려워하여 그들 앞에서 그의 행동을 변하여 미친 체하고 대문짝에 그적거리며 침을 수염에 흘리매 아기스가 그의 신하에게 이르되 너희도 보거니와 이 사람이 미치광이로다 어찌하여 그를 내게로 데려왔느냐(21:12-14).” 이를 두고 훗날 다윗은 참으로 놀랍고도 아름다운 시로 화답하였다.

 

내가 여호와를 항상 송축함이여

내 입술로 항상 주를 찬양하리이다

내 영혼이 여호와를 자랑하리니

곤고한 자들이 이를 듣고 기뻐하리로다

나와 함께 여호와를 광대하시다 하며

함께 그의 이름을 높이세

(34:1-3).

 

어떻게 이런 상황을 회상하여 이런 시를 올려 찬송할 수 있을까? 그는 상대를 제대로 분간도 못하는 사람처럼 행동하며 미친 체하였다. 굴욕적이고 비참한 모습이다. 다윗의 이런 미친 짓을 아기스의 신하들이 강력하게 제지시켰으나 다윗은 부러 더 미친 체하였다. 미친 사람처럼 그적거리고, 문짝에 몸을 비비며, 침을 질질 흘렸다. 다윗이 자신을 감추려고 최대한 미친 자로 가장하였던 것이다. 갑작스러운 미친 자 행세는 악신이 들렸을 때의 사울의 행동을 반추하게 한다.

 

이런 가운데 성경의 가르침은,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

 

하시는 말씀으로, 우리의 ‘이런 날’ 또한 주의 선한 길로 인도하심을 뜻하는 것이다. 그만큼 다윗의 행동은 급박한 상황에서 돌출행동처럼 우스꽝스럽고 비참하게 드러났으나… 그런 가운데서도 살아서 사는 동안에 주신 바 그 생명을 다하는 것으로 하나님께 영광이 된다. 이를 다윗은 노래하기를,

 

내가 여호와께 간구하매

내게 응답하시고

내 모든 두려움에서 나를 건지셨도다

그들이 주를 앙망하고 광채를 내었으니

그들의 얼굴은 부끄럽지 아니하리로다

이 곤고한 자가 부르짖으매

여호와께서 들으시고

그의 모든 환난에서 구원하셨도다

(34:4-6).

 

그야말로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상황에서 주를 바라겠나? 싶을 때도 ‘성도는 그 신앙을 지켰다.’ 아내와 네 딸을 한꺼번에 잃고도 스패포드는 찬송하기를,

 

내 평생에 가는길 순탄하여 

늘 잔잔한 강 같든지

큰 풍파로 무섭고 어렵든지 

나의 영혼은 늘 편하다

내 영혼 평안해 

내 영혼 내영혼 평안해

 

하고 주 앞에 찬송하였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우리의 슬픔이 뱃속 깊은 곳에서 고통으로 일그러지는데 그곳에서 생수가 흘러나올 것을 주님은 말씀하신 바 있다.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리라 하시니(요 7:38).” 그와 같은 ‘미친 체하는’ 우리의 인내가 찬송이 되고 주의 기쁨이 된다. 이는 결국 믿음으로였는데,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지니라(히 11:6).”

 

“그러므로 우리가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받았은즉 은혜를 받자 이로 말미암아 경건함과 두려움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섬길지니 또는 감사하자(히 12:28).”

 

우리가 받은 ‘흔들리지 않는 나라’ 때문이다. 다윗의 ‘미친 체’와 앞서 믿음의 선친들이 보여주는 ‘미친 체’ 같은 일들이 궁극적으로 생수가 되어 흐르고 흘러 오늘의 이 못난 나 같은 자에게도 감사가 되고 찬송이 되게 하는 것일 테니.

 

여호와는 마음이 상한 자를 가까이 하시고

충심으로 통회하는 자를 구원하시는도다

의인은 고난이 많으나

여호와께서 그의 모든 고난에서 건지시는도다

(34:18-19).

 

오늘 본문에서 다윗은 단지 목숨을 부지하고 살고자 하여 미친 체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미친 사람을 기피한다. 우리가 세상에서 근신함은, “근신하라 깨어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벧전 5:8).” 오늘 우리의 현실은 그렇듯 녹록하지가 않다. 더욱이 이 신앙을 지키며 산다는 일이 남들처럼, 상식적인 이해와 판단으로는 살 수가 없다. 세상이 우리를 멸시하고 조롱하나 그것이 오히려 우리의 보호막이 되기도 한다. 으레 그러려니 하고 나를 치부하고 놓아두는 일,

 

“형벌의 날이 이르렀고 보응의 날이 온 것을 이스라엘이 알지라 선지자가 어리석었고 신에 감동하는 자가 미쳤나니 이는 네 죄악이 많고 네 원한이 큼이니라(호 9:7).”

 

그리하여 오늘도 이 이교의 땅에서 다윗의 미친 자 같은 행세가 우리들로 하여금 믿음을 지키며 신앙 안에서 바로 갈 수 있는 척도가 된다.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게 하심으로, “보라 하나님은 나의 구원이시라 내가 신뢰하고 두려움이 없으리니 주 여호와는 나의 힘이시며 나의 노래시며 나의 구원이심이라(사 12:2).” 이와 같은 고백이 나의 찬송이 되게 하신다.

 

“그러므로 우리가 담대히 말하되 주는 나를 돕는 이시니 내가 무서워하지 아니하겠노라 사람이 내게 어찌하리요 하노라(히 13:6).”

 

오늘은 또 한 번 특별히 대통령 탄핵심판이 이루어지는 날이다. 이러한 땅에 살면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사람들은 분열할 것이고, 이쪽과 저쪽은 나뉘어 으르렁거릴 것이다. 이 작고 보잘것없는 나라를 하나님이 어찌 이토록 사랑하시는가를 생각하면, 오늘 우리가 이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저 우상의 땅으로 이교의 나라인 곳을 복음으로 물들이시고, 오늘에는 나에게까지 이르러 주의 이름을 부르게 하신 것인데… 나는 어느 쪽으로의 판결이든지, 우리는 미친 체하나 정작 세상은 미쳐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소망이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아니함은 우리에게 주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은 바 됨이니 우리가 아직 연약할 때에 기약대로 그리스도께서 경건하지 않은 자를 위하여 죽으셨도다(롬 5:5-6).”

 

하여 우리는 소망한다.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3-4).”

 

그런 가운데 우리는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런 것에서 자기를 깨끗하게 하면 귀히 쓰는 그릇이 되어 거룩하고 주인의 쓰심에 합당하며 모든 선한 일에 준비함이 되리라(딤후 2:21).” 정작 우리의 본향은 이 이교의 나라, 우상의 땅이 아니라 ‘신령한 복’의 나라가 있었으니, “찬송하리로다 하나님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에 속한 모든 신령한 복을 우리에게 주시되(엡 1:3).” 이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곧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 이는 그가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 바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는 것이라(4-6).”

 

이 놀라운 비밀을 알았으므로 오늘 다윗은 기꺼운 마음으로 미친 체하며 그 상황에서도 살아서 삶을 다함으로 찬송이 되었다. 그러므로,

 

생명을 사모하고 연수를 사랑하여

복 받기를 원하는 사람이 누구뇨

네 혀를 악에서 금하며

네 입술을 거짓말에서 금할지어다

(34:12-13).

 

하여 이 “모든 일을 그의 뜻의 결정대로 일하시는 이의 계획을 따라 우리가 예정을 입어 그 안에서 기업이 되었으니 이는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전부터 바라던 그의 영광의 찬송이 되게 하려 하심이라(엡 1:11-12).” 어제 저녁 나의 늙으신 장모와 아내가 같이 나눈 가정예배의 성경구절이다. 오늘도 이 아침에,

 

우리의 능력이 되시는

하나님을 향하여 기쁘게 노래하며

야곱의 하나님을 향하여

즐거이 소리칠지어다

시를 읊으며 소고를 치고

아름다운 수금에 비파를 아우를지어다

(81:1-2).

 

우리로 찬송이 되게 하시려고,

 

이르시되 내가 그의 어깨에서

짐을 벗기고 그의 손에서

광주리를 놓게 하였도다

네가 고난 중에 부르짖으매

내가 너를 건졌고

우렛소리의 은밀한 곳에서 네게 응답하며

므리바 물 가에서 너를 시험하였도다 (셀라)

(6-7).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