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글]

내가 깨달았나이다

전봉석 2019. 5. 19. 06:32

 

 

 

이 율법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그 안에 기록된 대로 다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네 길이 평탄하게 될 것이며 네가 형통하리라

여호수아 1:8

 

내가 어쩌면 이를 알까 하여 생각한즉 그것이 내게 심한 고통이 되었더니 하나님의 성소에 들어갈 때에야 그들의 종말을 내가 깨달았나이다

시편 73:16-17

 

 

때로 나는 나로 사는 것이 힘들다. 생각은 멋대로 굴고 마음은 이에 반응하며 몸은 지레 겁을 먹는다. 이는 의지의 문제도 아니고 결단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냥 그런 것이어서 번번이 당해내듯 지치고 고단할 따름이다. 가령 모처럼 딸애 운전도 연습할 겸, 전에 살던 동네를 돌아 같이 점심을 먹고 세차를 하고 돌아왔다. 토요일 오후였으며 길은 한산했다. 그런데 예기불안은 어김없이 엄습했고 경직된 나의 몸은 속이 뒤틀리고 그때마다 화장실을 찾아야 했다. 그러니 서로가 불편한 일이라. 집에 돌아와 진경제와 안정제를 먹고 나서야 편안해졌다.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속도 마음도 괜찮아진 것이다. 굳이 그처럼 긴장할 것도 아니었는데, 돌아보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지만 그 절박함에 대하여는 어찌 형용할 수가 없다. 또한 미안하고 민망한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절실하다면 이게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잘 모르겠다. “우리가 여기에는 영구한 도성이 없으므로 장차 올 것을 찾나니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로 말미암아 항상 찬송의 제사를 하나님께 드리자 이는 그 이름을 증언하는 입술의 열매니라(13:14-15).” 영구히 거할 영원한 나라를 사모한다. 무엇도 거치는 게 없는 평온한 나라를 소망한다. 그러므로 나를 부요하게 하신 주의 은총을 더욱 갈망한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너희가 알거니와 부요하신 이로서 너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심은 그의 가난함으로 말미암아 너희를 부요하게 하려 하심이라(고후 8:9).” 이 땅에서의 모든 게 임시적이고 그저 지나갈 것이라는 데 안도한다. 마치 어제의 일이 한낱 대수롭지 않았던 것으로 여겨지는 것처럼, 어느 훗날 오늘의 나의 나 됨으로 절박하였던 것들로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을 돌아보며 감사할 수 있는 것이려니.

 

내 육체와 마음은 쇠약하나 하나님은 내 마음의 반석이시요 영원한 분깃이시라(73:26).” 나는 나의 모순과 나약함과 절실함을 느낄 때마다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그리하여 하나님은 나의 반석이시고 영원한 분깃이 되신다니! 고로 하나님께 가까이 함이 내게 복이라 내가 주 여호와를 나의 피난처로 삼아 주의 모든 행적을 전파하리이다(28).” 곧 나의 나 된 것으로 좋은 게 아니라, 그런 나로 주를 바랄 수밖에 없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하면 이 율법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그 안에 기록된 대로 다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네 길이 평탄하게 될 것이며 네가 형통하리라(1:8).” 왜 그래야 하고 그것이 어째서 복인가 하는 것을 나는 몸소 삶으로 삶에서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오후께 아버지가 오셨다. 일흔여섯 일흔다섯, 늙으신 부모의 환혼여행은 근사하였다. 비록 있는 자들의 호화로운 여행과는 거리가 먼 것이지만 일주일간 전국을 돌며 모처럼 여유롭게 지난날을 회상하며 감사와 회환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니. 나는 종종 나에게 더해주신 한평생의 삶이 노부부의 지나간 걸음에서 느껴지는 은혜와 은총으로 실감하곤 한다. 충만한 삶이란 어떤 조건이나 기준의 것이 아니었다. “마음을 같이하여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며 한마음을 품어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2:2-4).”

 

이것으로 우리 삶의 자세가 표준을 얻는다. 마음을 같이 하며 한 길을 갈 수 있는 가족을 허락하신 게 가장 큰 축복이었다.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여 한마음을 품어 함께 가는 길이었으니, 이를 다툼이니 허영으로 하는 게 아니었다. 돌아보면 오직 겸손으로만 걸을 수 있는 길이었다. 겸손한 마음으로 자기보다 서로를 낫게 여기며 자기 일을 돌볼 뿐 아니라 서로를 돌봐, 주의 기쁨이 충만하게 하는 것으로 우리의 생은 형통하였다. 나는 종종 살면서 나의 고통에만 집중하기 일쑤인데, “내가 어쩌면 이를 알까 하여 생각한즉 그것이 내게 심한 고통이 되었더니 하나님의 성소에 들어갈 때에야 그들의 종말을 내가 깨달았나이다(73:16-17).” 내게 두시는 어려움과 고단함으로 주의 성소를 더욱 사모하게 되는 계기였다.

 

한 날의 수고로 족하였고 한 생의 긴 여정으로 충만하였다. 이는 주의 기뻐하심이었다. 그래서 은총의 삶이란, “내가 그들에게 한 마음을 주고 그 속에 새 영을 주며 그 몸에서 돌 같은 마음을 제거하고 살처럼 부드러운 마음을 주어 내 율례를 따르며 내 규례를 지켜 행하게 하리니 그들은 내 백성이 되고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리라(11:19-20).” 이를 어찌 말로다 설명할 수 있겠으며 누구를 설득하여 돌이켜 세운다고 설득할 수 있는 일이겠나? 살아야 하는 일이다. 살아서 주신 생을 다하도록 살면서 얻어지는 은총이었으니, 내가 믿는 자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보다 값지고 귀한 게 또 있을까? 변화된 자의 모습이란 스스로 알되 돌 같은 마음을 제거하여 살처럼 부드러운 마음을 주어이 말씀으로 내가 주의 백성이 되고 주가 나의 하나님이 되심을 아는 일이었다. 거기에는 감사가 있고 충만한 기쁨만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말하노니 형제들아 기뻐하라 온전하게 되며 위로를 받으며 마음을 같이하며 평안할지어다 또 사랑과 평강의 하나님이 너희와 함께 계시리라 거룩하게 입맞춤으로 서로 문안하라(고후 13:11).” 도저히 기뻐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과 불안에 휘말려 괴로움을 겪다가 그와 비례하여 주의 평강과 사랑을 회복하고 누릴 수 있을 때의 감사는 배가 되는 것이다. 나는 나의 부모가 살아왔을 그 말씀의 길을 더듬으며 이를 온전히 붙들기를 소원한다. 오직 강하고 극히 담대하여 나의 종 모세가 네게 명령한 그 율법을 다 지켜 행하고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라 그리하면 어디로 가든지 형통하리니(1:7).” 모세의 자리에 여호수아를 두셨다. 그리고 이 율법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그 안에 기록된 대로 다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네 길이 평탄하게 될 것이며 네가 형통하리라(8).” 같은 약속을 주셨다.

 

그러므로 나의 반석이신 여호와를 찬송하리로다 그가 내 손을 가르쳐 싸우게 하시며 손가락을 가르쳐 전쟁하게 하시는도다(144:1).” 다시 마주하고 치러야 하는 생의 한복판에서 나는 믿음의 선친들이 걸어가신 길을 더듬어 따라간다. “그러므로 우리가 화평의 일과 서로 덕을 세우는 일을 힘쓰나니(14:19).” 오늘 말씀은 다시금 일으켜 세우시는 말씀 같다. “네 평생에 너를 능히 대적할 자가 없으리니 내가 모세와 함께 있었던 것 같이 너와 함께 있을 것임이니라 내가 너를 떠나지 아니하며 버리지 아니하리니 강하고 담대하라 너는 내가 그들의 조상에게 맹세하여 그들에게 주리라 한 땅을 이 백성에게 차지하게 하리라(1:5-6).” 나의 아버지의 생애에 함께 하셨던 주의 도우심과 인자하심이 나를 떠나지 않으실 것임을. ‘내가 너를 떠나지 아니하며 버리지 아니하리니 강하고 담대하라.’ 말씀으로 붙드신다.

 

고로 내가 내 스스로 무장하고 애써 견디어서 이겨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내 마음을 깨끗하게 하며 내 손을 씻어 무죄하다 한 것이 실로 헛되도다(73:13).” 오히려 내가 어쩌면 이를 알까 하여 생각한즉 그것이 내게 심한 고통이 되었더니 하나님의 성소에 들어갈 때에야 그들의 종말을 내가 깨달았나이다(16-17).” 내 생에 두신 주의 성소였다. 이에 내 육체와 마음은 쇠약하나 하나님은 내 마음의 반석이시요 영원한 분깃이시라(26).” 이를 더욱 알게 하시려고, 놓치지 않고 떠나지 않게 하시려고, 오늘 나를 나로 살게 하심이었다. “하나님께 가까이 함이 내게 복이라 내가 주 여호와를 나의 피난처로 삼아 주의 모든 행적을 전파하리이다(28).” 돌아보면 모든 게 은혜였다. “주여 사람이 깬 후에는 꿈을 무시함 같이 주께서 깨신 후에는 그들의 형상을 멸시하시리이다(20).”

 

그러므로 주의 교훈으로 나를 인도하시고 후에는 영광으로 나를 영접하시리니 하늘에서는 주 외에 누가 내게 있으리요 땅에서는 주 밖에 내가 사모할 이 없나이다(24-25).” 내 육체와 마음은 쇠약하나 하나님은 내 마음의 반석이시요 영원한 분깃이시라(26).”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