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글]

나를 이기지 못하였도다

전봉석 2019. 7. 17. 07:11

 

 

모든 백성이 길갈로 가서 거기서 여호와 앞에서 사울을 왕으로 삼고 길갈에서 여호와 앞에 화목제를 드리고 사울과 이스라엘 모든 사람이 거기서 크게 기뻐하니라

삼상 11:15

 

그들이 내가 어릴 때부터 여러 번 나를 괴롭혔으나 나를 이기지 못하였도다

129:2

 

 

이런저런 우려와 근심이 떠나지를 않는다.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밭 가는 자들이 내 등을 갈아 그 고랑을 길게 지었도다(129:3).” 우리가 이를 어찌 이겨낼 수 있을까? “여호와께서는 의로우사 악인들의 줄을 끊으셨도다(4).” 그와 같이 주의 도우심과 인자하심이 아니고는 감당할 길이 없다. 영적으로 무지한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를, 바울 되기 전의 사울을 통해 알 수 있다. 저들이 스데반을 죽였다. “사울은 그가 죽임 당함을 마땅히 여기더라(8:1).” 뭐라 할 말을 잃게 하는 대목이다. 바울은 이를 고백하며 통회하였다. “내가 전에는 비방자요 박해자요 폭행자였으나 도리어 긍휼을 입은 것은 내가 믿지 아니할 때에 알지 못하고 행하였음이라(딤전 1:13).” 믿지 아니할 때의 알지 못함으로, “또 주의 증인 스데반이 피를 흘릴 때에 내가 곁에 서서 찬성하고 그 죽이는 사람들의 옷을 지킨 줄 그들도 아나이다(22:20).”

 

그 끔찍한 일의 괴수이었다. “미쁘다 모든 사람이 받을 만한 이 말이여 그리스도 예수께서 죄인을 구원하시려고 세상에 임하셨다 하였도다 죄인 중에 내가 괴수니라(딤전 1:15).” 결국 우리에게는 우리 주의 은혜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과 사랑과 함께 넘치도록 풍성하였도다(14).” 그렇지 않으면 살 길이 없다. 감당이 안 되는 것이다. 아침 일찍 아이는 몇 번 카톡을 하였고 앞뒤 없는 말로 사람을 당황케 하였다. 어제 오늘 나는 저 아이를 지켜보며 어찌하여야 할까 주께 의뢰한다. 맡기신 이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도 주실 것을. ‘죄인 중에 내가 괴수니라.’ 주의 넘치는 은혜와 사랑이 아니면 나의 마음조차 가눌 길 없는 것이어서. 마음이 앞서지 않기를. 생각만 가득하지 않기를. 주의 마음과 주의 사랑으로 마주하게 하시기를. 되뇌듯 머금고 침묵하였다.

 

오늘 다시 출국해야 하는 아들로 인해 섭섭하였다. 오전 내내 아내와 딸애는 같이들 치과며 안과며 들러 건강을 체크하였고, 나는 평소대로 설교 원고 초안을 작성하였다. 그러는 동안 주인 사장이 건너와 아들애 단기 유학 문제로 의논을 하였다. 한참 사춘기 때라 이래저래 말썽도 많고 고민도 많은 모양이었다. 그런 거 보면 다들 사는 게 버겁다. 부모는 부모로서 사는 일이 고되고 자식들은 자식으로서 사는 일이 어렵다. 어느 통계에 보니 자살률이 우리나라가 1위로 높았다. 그리고 정신분열증이라 일컫는 조현증은 날로 높아지는 추세였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주로 강하게 나타나는 증상인데, 보면 다들 알면서도 어쩌지 못한다. 그러려니 하다 자기 일로 터졌을 때 비로소 아뿔싸, 하는 것이다. 부모의 과도한 참견과 방종이 아이들의 터무니없는 나태와 안일함에 뒤섞여 빚어지는 일이다. 어제도 정치인 누가 자살하였다. 저의 입바른 소리와 논평이 귓가에 들리는 듯 안타까웠다.

 

그러니 이 일을 어쩌면 좋을까? 나는 아이 둘과 아내와 둘러앉아 기도하였다. 우리에게 허락하신 날들을 주께서 지키시고 보호하여주시기를. 살아서 사는 날 동안에 주를 영화롭게 하는 삶이되기를. 결국은 하나님의 능력으로밖에는 답이 없는 세상이다. 암몬의 나하스가 길르앗 야베스를 쳤다. 이를 보고 사울 왕이 전진한다. 그의 배후에는 하나님이 함께 하셨다. 그리고 모든 백성이 길갈로 가서 거기서 여호와 앞에서 사울을 왕으로 삼고 길갈에서 여호와 앞에 화목제를 드리고 사울과 이스라엘 모든 사람이 거기서 크게 기뻐하니라(삼상 11:15).” 오늘 말씀을 머금고 주가 이뤄 가시는 일을 묵상한다. 나는 저에게 신앙적인 양육을 설명하는데 저는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려 할 뿐이다. 그저 우리 애가 대사관에서 일하고, 필리핀에 가서 잘 된 것 같으니까. 그 뒤에 여러 기도와 눈물이 있었다는 것을 저는 이해할 길이 없는 것이다.

 

육에 속한 사람은 하나님의 성령의 일들을 받지 아니하나니 이는 그것들이 그에게는 어리석게 보임이요, 또 그는 그것들을 알 수도 없나니 그러한 일은 영적으로 분별되기 때문이라(고전 2:14).” 궁극은 주의 영으로이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세상은 없다. 나 하나도 건사할 수 없다. ‘모두가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픈 사람이 없다.’ 그저 하나님 없이 살 길을 모색하려니까 저들 눈에는 어리석게 보임이요, 그것들을 알 수도 없다. 나는 주께 아이를 대하는 일에서부터 하루하루 나에게 더하시는 날들을 살아가는 일에까지, “복음으로 말미암아 내가 죄인과 같이 매이는 데까지 고난을 받았으나 하나님의 말씀은 매이지 아니하니라(딤후 2:9).” 다 그럴 수 있는 것은 그러므로 내가 택함 받은 자들을 위하여 모든 것을 참음은 그들도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구원을 영원한 영광과 함께 받게 하려 함이라(10).” 오늘 우리를 여기에 더 머물게 하심이었다. 주를 바라자. 주께만 의지하자. “그들이 내가 어릴 때부터 여러 번 나를 괴롭혔으나 나를 이기지 못하였도다(129:2).”

 

항상 우리는 궁지에 몰려 다 진 게임인 줄 알았는데 그때마다 전화위복이다. 좋지 않은 일이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그것으로 주를 바라고 주께 나아온다. 재앙이 바뀌어 복이 된다. 우리의 모든 것이 주의 긍휼하심 앞에 있다는 것을. “이스라엘은 이제 말하기를 그들이 내가 어릴 때부터 여러 번 나를 괴롭혔도다 그들이 내가 어릴 때부터 여러 번 나를 괴롭혔으나 나를 이기지 못하였도다(129:1-2).” 다수의 고통이지만 그들이우리를 이길 수는 없다. 우리의 승리는 주의 것이다. 이김은 여호와께 있다. 우리가 백날 준비하고 대비하고 강구한다 한들, “싸울 날을 위하여 마병을 예비하거니와 이김은 여호와께 있느니라(21:31).” 그러는 동안 고통은 쉴 새 없이 우리를 괴롭힌다 하여도, “밭 가는 자들이 내 등을 갈아 그 고랑을 길게 지었도다(129:3).” 주께서 이끄실 것이다. “여호와께서는 의로우사 악인들의 줄을 끊으셨도다(4).”

 

나는 종종 살아가는 이 모든 일들이 꿈만 같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는 한다.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 이 일에 연관되고 무엇에 쓰임을 받는 것 등등. “무릇 시온을 미워하는 자들은 수치를 당하여 물러갈지어다(5).” 하나님 없이 사는 사람들에 대하여 또는 자기 의지로 그 하나님을 우상화하여 숭배하는 바울의 사울이었던 때처럼, ‘수치를 당하여 물러갈지어다.’ 주께서 아이의 상태를 호전시켜 주시기를. 아이로 인해 그 엄마의 마음에 있는 미움과 증오가 풀어져 용서가 될 수 있기를. 아이 아빠와 그 온 가족이 주의 이름을 부르며 길갈에 가서주의 기쁨에 참여할 수 있기를.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가 주어진 삶을 살아야 하는 아들에게도, 그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늘 중심에 모시고 살기를. 당부하고 주께 아뢰었다.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5:16).” 우리가 사는 제 일 목적은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는 일. 그러므로 이로써 그리스도를 섬기는 자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며 사람에게도 칭찬을 받느니라(14:18).” 나는 딸애가 모는 자동차 뒷좌석에 앉아 바라였다.

 

사는 일이란 그 자체로 주께 영광이 되는 것. 우리에게 허락하시는 날 동안에 오직 주만을 바라며 말씀으로 붙들려 살아가기를. 오늘 우리가 처하곤 하는 어려움이나 곤고함은 한낱 지붕 위의 풀과 같아서 별 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지붕의 풀과 같을지어다 그것은 자라기 전에 마르는 것이라 이런 것은 베는 자의 손과 묶는 자의 품에 차지 아니하나니(129:6-7).” 그런 것에 억매여 휩쓸려 다니는 겨와 같지 않기를. 결국 저것들은 지나가는 자들도 여호와의 복이 너희에게 있을지어다 하거나 우리가 여호와의 이름으로 너희에게 축복한다 하지 아니하느니라(8).” 그럴만한 가치도 없는 것을 얻고자 삶을 허비하고 탕진하지 않게 하시기를. 나는 두서없이 아들에게 불쑥, 딸에게 불쑥, 권하고는 하였다. 결국 우리는 주가 지키시는 주의 백성들인 것을. “여호와께서 그를 황무지에서, 짐승이 부르짖는 광야에서 만나시고 호위하시며 보호하시며 자기의 눈동자 같이 지키셨도다(32:10).”

 

그러므로 내가 참으로 하나님은 사람의 외모를 보지 아니하시고 각 나라 중 하나님을 경외하며 의를 행하는 사람은 다 받으시는 줄 깨달았도다(10:34-35).”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차별이 없음이라 한 분이신 주께서 모든 사람의 주가 되사 그를 부르는 모든 사람에게 부요하시도다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라(10:12-13).”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