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글]

네 슬픔의 날이 끝날 것임이라

전봉석 2023. 4. 28. 04:52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 이는 네 빛이 이르렀고 여호와의 영광이 네 위에 임하였음이니라… 다시는 네 해가 지지 아니하며 네 달이 물러가지 아니할 것은 여호와가 네 영원한 빛이 되고 네 슬픔의 날이 끝날 것임이라

이사야 60:1, 20

 

이러한 백성은 복이 있나니 여호와를 자기 하나님으로 삼는 백성은 복이 있도다

시편 144:15

 

 

 

‘은혜가 아니면 살아갈 수가 없다.’ 모든 환난은 느닷없고 맥락도 없이 찾아들어서 우리는 그때마다 대처하며 사는 일조차 어렵다. 다들 그렇다 해도 우린 은혜로 산다. 빛 된 삶을 살 수 있다. “보라 어둠이 땅을 덮을 것이며 캄캄함이 만민을 가리려니와 오직 여호와께서 네 위에 임하실 것이며 그의 영광이 네 위에 나타나리니(2).” 이를 삶으로 드러내는 사람들이 성도이다. 그러므로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 이는 네 빛이 이르렀고 여호와의 영광이 네 위에 임하였음이니라… 다시는 네 해가 지지 아니하며 네 달이 물러가지 아니할 것은 여호와가 네 영원한 빛이 되고 네 슬픔의 날이 끝날 것임이라(1, 20).” 이를 우리 생에 두셨으니,

 

이러한 백성은 복이 있나니

여호와를 자기 하나님으로 삼는

백성은 복이 있도다

(시 144:15).

 

말씀을 적고 그 위에 시선을 두고 머문다. 이는 여호와의 말씀이시다. 세상을 둘러볼 때 “…우리가 빛을 바라나 어둠뿐이요 밝은 것을 바라나 캄캄한 가운데에 행하므로 우리가 맹인 같이 담을 더듬으며 눈 없는 자 같이 두루 더듬으며 낮에도 황혼 때 같이 넘어지니 우리는 강장한 자 중에서도 죽은 자 같은지라(59:9-10).” 사는 일은 고단하여서 내남없이 분주하기만하다. 다들 안 그런 척 할 뿐이지, ‘맹인 같이 담을 더듬으며’ 간다. 운전자들 머리 위로 ‘오늘도 무사히’ 하는 문구와 함께 손 모은 소녀의 그림이 한 장씩 붙어 있곤 했었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다.

 

그럭저럭 잘 굴러간다는 게 복은 아닐진대 저로서는 멈추어 주를 바랄 기회가 없다. 우린 비록 담을 더듬고 걷는 자들이나 빛을 소유하였다.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내가 그들과 세운 나의 언약이 이러하니 곧 네 위에 있는 나의 영과 네 입에 둔 나의 말이 이제부터 영원하도록 네 입에서와 네 후손의 입에서와 네 후손의 후손의 입에서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21).” 이에 예수님은 이를 우리에게 사명으로 주신 바,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마 5:14).” 더는 어둠을 더듬으며 사는 자가 아니라, 빛이 되어 동네를 비춰야 하는 자이다.

 

“흑암에 앉은 백성이 큰 빛을 보았고 사망의 땅과 그늘에 앉은 자들에게 빛이 비치었도다 하였느니라(4:16).” 그러므로 예수님은 직접적으로 언급하신 바, “나는 빛으로 세상에 왔나니 무릇 나를 믿는 자로 어둠에 거하지 않게 하려 함이로라(요 12:46).” 이후 우리는 사명을 가지고 “어두운 데에 빛이 비치라 말씀하셨던 그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 있는 하나님의 영광을 아는 빛을 우리 마음에 비추셨느니라(고후 4:6).” 이 빛이 나의 삶으로 발산되어 예수를 보게 한다. “너희가 전에는 어둠이더니 이제는 주 안에서 빛이라 빛의 자녀들처럼 행하라(엡 5:8).”

 

이 얼마나 크고 영광된 사명인지. 더러는 어둠에 갇히는 듯하나 오히려 사방을 비친다. 더러는 빛을 잃고 헤매는 것 같지만 “이는 너희가 흠이 없고 순전하여 어그러지고 거스르는 세대 가운데서 하나님의 흠 없는 자녀로 세상에서 그들 가운데 빛들로 나타내며 생명의 말씀을 밝혀 나의 달음질이 헛되지 아니하고 수고도 헛되지 아니함으로 그리스도의 날에 내가 자랑할 것이 있게 하려 함이라(빌 2:15-16).” 실은 나의 아픈 이야기가 누구에게 용기가 되고 나의 실패가 누구의 도약에 있어 발판이 되게 하신다.

 

그런 가운데서도 묵묵히 주를 바라는 사람들로 내 마음에 두고 사는 몇몇의 사람들은 그 자체로 빛이 난다. 저는 소경이었고 누구는 나환자였다. 누구는 사지가 마비되어 입으로 연필을 물고 의사표시를 하여야 했고, 누구는 뇌병변자로 몸을 쉬 가누지 못하면서도 찬양에 몸을 흔들어 참여하였다. 돌아보면 나의 유년은 이처럼 비옥하여서 훗날에 저들에 대한 기억이 나로 주의 길 가운데 밝은 빛을 비춘다. 그야말로 사는 게 전투 같아서 사택이 없어 교회가 세든 옥상에 비닐로 장롱과 책장을 덮고 성기어 가건물을 꾸며 거지소굴처럼 살기도 했다. 그때 들락거리며 같이 예배를 드리고 밥을 먹던 형들 몇은 목사가 되어 목회 중이다.

 

가끔은 이와 같은 유년의 기억만으로도 나는 풍족하여진다. 주의 길을 가는 데 있어 오늘에 처한 여러 형편과 사정을 보며 돌아보며 주의 이름으로 권면할 수 있는 거름이 된다. 오늘의 어려움이 또는 나의 면구스러운 사정이 누구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것도 “나라들은 네 빛으로, 왕들은 비치는 네 광명으로 나아오리라(사 60:3).” 이 놀라운, 기적 같은 일은 주가 행하심이다. “네 눈을 들어 사방을 보라 무리가 다 모여 네게로 오느니라 네 아들들은 먼 곳에서 오겠고 네 딸들은 안기어 올 것이라(4).”

 

곧 우리로 오늘에 두실 때는 다 그만한 사명이었다. 맡기신 바 부르신 이유가 말이다. 저마다 구원을 갈망할 때에 “또 이르시되 너희는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막 16:15).” 이는 나아가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 범사에 오래 참음과 가르침으로 경책하며 경계하며 권하라(딤후 4:2).” 이를 단지 강단에 서서 설교를 하고 누구와 마주앉아 성경을 공부하는 일로써가 아니라, 사는 게 곧 교훈이 되고 하나님의 세계를 보는 듯한… 나에게는 기억만으로 감사가 솟구치는 몇몇 단서가 있다. 여수 애양원이 그러했고 인천 모 특수학교가 그러했다. 저들은 제 몸 하나 건사하는 것으로 그 삶이 버거웠을 텐데도 돌아보면 저들과 함께 주의 이름을 부를 때가 은혜였다.

 

소경이었던 지장로는 성경 66권을 다 외우며 그곳의 소경들과 모여 성경암송모임을 이끌었다. 틈나는 대로 병원으로 내려가 말씀을 전하였고, 그러다 어린 나의 시간에 적잖은 무게로 남은 이다. 저를 생각할 때면 지금도 모든 어려움이 주의 은혜란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모 특수학교 보육원 아이들은 저마다 지체장애 정신박약, 뇌병변자로 온전한 아이가 없었다. 모 선교단 소속 전도사와 함께 처음 그곳을 방문했을 때 저마다의 밝은 빛에 나는 어리둥절하였다. 토요일마다 오는 모 선교단체와 같이 찬양을 하고 예배를 드릴 때면 말을 못하는 아이는 몸을 흔들고, 몸이 뒤틀린 아이는 바닥을 구르며 저마다의 몸짓과 소리로 주를 찬송하였다. 괴성과 기이한 몸부림 같았지만 나는 지금도 그때만큼 뜨겁게 찬양하는 이들을 볼 수가 없다.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오늘의 사정이 어떠하든지 우리가 주어진 상황으로 주를 찬양한다는 것, 주의 빛을 발한다는 일은 참으로 경이롭다. 몸을 제대로 가누기조차 어려운데도 맡기신 사명을 다하고자 하는 이들을 보면 광채가 난다. “그 때에 네가 보고 기쁜 빛을 내며 네 마음이 놀라고 또 화창하리니 이는 바다의 부가 네게로 돌아오며 이방 나라들의 재물이 네게로 옴이라(사 60:5).” 이 놀라운 역사를 사는 사람들이 은혜로 사는 사람들이다. 웃을 수 없고 몸져누워야 마땅한데 이 하루 더 주의 쓰심에 합당한 자로 산다는 일은, “전에는 네가 버림을 당하며 미움을 당하였으므로 네게로 가는 자가 없었으나 이제는 내가 너를 영원한 아름다움과 대대의 기쁨이 되게 하리니 네가 이방 나라들의 젖을 빨며 뭇 왕의 젖을 빨고 나 여호와는 네 구원자, 네 구속자, 야곱의 전능자인 줄 알리라(15-16).”

 

이 놀라운 주의 권능의 날을 사는 사람들을 나는 은혜로 사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그리하여 “너희가 열매를 많이 맺으면 내 아버지께서 영광을 받으실 것이요 너희는 내 제자가 되리라(요 15:8).” 이를 위하여, “다시는 낮에 해가 네 빛이 되지 아니하며 달도 네게 빛을 비추지 않을 것이요 오직 여호와가 네게 영원한 빛이 되며 네 하나님이 네 영광이 되리니 다시는 네 해가 지지 아니하며 네 달이 물러가지 아니할 것은 여호와가 네 영원한 빛이 되고 네 슬픔의 날이 끝날 것임이라(사 60:19-20).” 이와 같은 말씀으로 새 힘을 얻으며.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들의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낮추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찾으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사하고 그들의 땅을 고칠지라(대하 7:14).”

 

더는 세상을 좇아 자신을 우선하지 않음으로 “여호와여 우리를 주께로 돌이키소서 그리하시면 우리가 주께로 돌아가겠사오니 우리의 날들을 다시 새롭게 하사 옛적 같게 하옵소서(애 5:21).” 오직 주만 바란다는 삶은 소경이 되어서도, 사지육신을 가눌 길 없는 자로 살면서도, 막막하여 더는 막다른 골목이라 여겨지는 순간에도 “이르시되 내가 은혜 베풀 때에 너에게 듣고 구원의 날에 너를 도왔다 하셨으니 보라 지금은 은혜 받을 만한 때요 보라 지금은 구원의 날이로다(고후 6:2).”

 

여기 어디 어려움 없이 사는 자가 누가 있을까? 어떤 이는 이를 주 앞에 내어놓음으로 드러나는 자신의 추함으로도 주의 빛을 발하고 어떤 이는 끝내 아닌 척, 남들 이목과 저들로 주목 받는 생으로 살고자 자신이 주와 상관없는 자로 사는 것을 알지 못한다. 앞서도 말한 것처럼 나는 종종 의지가 꺾일 때, 이 길이 맞나? 싶은 회의가 나로 의기소침하게 할 때 나의 자원 같은 어떤 이를 생각한다. 또한 어떤 사람들과의 생활을 추억한다. 특별하였던 나의 유년이 그때는 그토록 억울하고 지겹고 원망스럽기까지 하였는데 오늘에 이르러는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게 될 줄이야! 그러므로

 

나의 반석이신 여호와를 찬송하리로다

그가 내 손을 가르쳐 싸우게 하시며

손가락을 가르쳐 전쟁하게 하시는도다

(144:1).

 

그럴 수 있는 용기와 힘을 내가 취하여 얻은 게 아니었다. 한 번 더 돌아보면 “그러나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 같이 되어 나오리라(욥 23:10).” 할 때에 “보라 내가 너를 연단하였으나 은처럼 하지 아니하고 너를 고난의 풀무 불에서 택하였노라(사 48:10).” 주 앞에서는 버릴 게 없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 거룩하여짐이라(딤전 4:4-5).” 이에,

 

여호와는 나의 사랑이시요

나의 요새이시요

나의 산성이시요

나를 건지시는 이시요

나의 방패이시니

내가 그에게 피하였고

그가 내 백성을

내게 복종하게 하셨나이다

(2).

 

오늘 시편의 이 한 구절이 나의 모든 진술을 함축한다. 그리하여 나도 주께 묻기를,

 

여호와여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알아 주시며

인생이 무엇이기에

그를 생각하시나이까

사람은 헛것 같고 그의 날은

지나가는 그림자 같으니이다

(3-4).

 

보잘것없는 나로 이처럼 귀히 살게 하셨고, 여러 값진 선물 같은 이들을 만나고 함께 하여 주를 더욱 사랑하게 하셨으니,

 

위에서부터 주의 손을 펴사

나를 큰 물과 이방인의 손에서

구하여 건지소서

(7).

 

나로 주 앞에 엎드리게 한다. 고개 숙여 주를 바라게 한다. “무릇 징계가 당시에는 즐거워 보이지 않고 슬퍼 보이나 후에 그로 말미암아 연단 받은 자들은 의와 평강의 열매를 맺느니라(히 12:11).” 그러니 참 신기하지? 오늘 내게 이와 같은 말씀이 다 나를 위해 수천 년을 걸려 수많은 사람을 거쳐 기록하셨다니!

 

여호와는 나의 빛이요

나의 구원이시니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리요

여호와는 내 생명의 능력이시니

내가 누구를 무서워하리요

악인들이 내 살을 먹으려고

내게로 왔으나 나의 대적들,

나의 원수들인 그들은

실족하여 넘어졌도다

군대가 나를 대적하여 진 칠지라도

내 마음이 두렵지 아니하며

전쟁이 일어나 나를 치려 할지라도

나는 여전히 태연하리로다

(27:1-3).

 

그럴 수 있도록 앞서 나의 길을 밝혔던 이들이 천국에서 기다린다. 주의 영광중에 거하며 오늘도 날 위해 기도한다. 나는 이제 이를 확신한다.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롬 8:38-39).” 하여 이제 나 또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승리를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노니 그러므로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견실하며 흔들리지 말고 항상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라 이는 너희 수고가 주 안에서 헛되지 않은 줄 앎이라(고전 15:57-58).” 하여

 

이러한 백성은 복이 있나니

여호와를 자기 하나님으로 삼는

백성은 복이 있도다

(15).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