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글]

주의 발자취를 알 수 없었나이다

전봉석 2024. 10. 27. 01:30

 

그 전부를 아론의 손과 그의 아들들의 손에 두어 여호와 앞에 흔들어 요제를 삼게 하고 모세가 그것을 그들의 손에서 가져다가 제단 위에 있는 번제물 위에 불사르니 이는 향기로운 냄새를 위하여 드리는 위임식 제사로 여호와께 드리는 화제라

레 8:27-28

 

주의 길이 바다에 있었고 주의 곧은 길이 큰 물에 있었으나 주의 발자취를 알 수 없었나이다 주의 백성을 양 떼 같이 모세와 아론의 손으로 인도하셨나이다

시 77:19-20

 

 

레위기 1장 1절로부터 시작된 제사 제도에 관한 모든 규정은 일단 7장으로 종결되었다. 이어 8장부터 10장까지는 규정된 제사 제도를 직접 주관할 제사장에 관한 규례와 관련된 사건을 언급하고 있다. 아론과 그 아들들이 하나님과 이스라엘 간의 중재자로 제사장 위임식에 관한 내용이다. 이 위임식은 모세가 시내 산상에서 성막 제도에 관한 규례들을 계시 받았을 때 함께 지시받은 규례이다(출 29:1-46).

 

제사장 위임식에 관한 규례는 제사 제도가 규정되기 전까지는 시행될 수 없었다. 마침내 성막이 건립되고(출 40:17), 제사 제도가 정비된 후(레 1-7장), 이제 시행되었다. 위임식 제사는 기존의 여러 제사 종류(번제, 소제, 화목제, 속죄제, 속건제)와 제사 방법(화제, 요제, 거제, 전제)을 복합적으로 사용하여 제사장 위임이라는 특별한 목적을 이루고 있다. 이스라엘 회중이 집결한 공개적인 장소에서 시행되었다.

 

먼저 제사장으로 위임 받을 아론과 그 아들들을 데려다가 물로 몸 전체를 깨끗이 씻긴다(1-6). 이어 그들에게 거룩한 제사장 복장을 입힌 후 관유를 그 머리에 부어 발라 구별시킨다(7-13). 다음으로 모세는 그들을 위해 속죄제와 번제 및 소제를 곁들인 화목제를 규례에 따라 정성껏 드린다(14-29). 제사 후 모세는 다시금 관유에 희생 제물의 피를 섞어 그 피 섞인 기름으로 아론과 그 아들들의 몸과 그들의 제사장 복장에 뿌린다(30). 그런 후 마지막으로 희생제물의 고기를 회막 뜰에서 삶아 그것을 소제물과 더불어 위임받는 제사장들만이 함께 먹게 함으로 하루의 위임식 절차를 끝낸다. 모세는 이러한 위임식 절차를 7일 동안 매일 반복 한다(31-36).

 

여기서 우린 거룩한 하나님과 타락한 인간 사이의 진정한 화해와 교제를 위해 반드시 중재자가 필요하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이 중재자는 하나님과의 교제에 합당한 거룩성을 유지해야 된다. 구약에는 복잡한 제사장 위임식을 통하여 이러한 중재자를 아론과 그 아들들 가운데서 채택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장차 오실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유일한 중재자, 영원한 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모형이다.

 

“우리 주께서는 유다로부터 나신 것이 분명하도다 이 지파에는 모세가 제사장들에 관하여 말한 것이 하나도 없고 멜기세덱과 같은 별다른 한 제사장이 일어난 것을 보니 더욱 분명하도다 그는 육신에 속한 한 계명의 법을 따르지 아니하고 오직 불멸의 생명의 능력을 따라 되었으니 증언하기를 네가 영원히 멜기세덱의 반차를 따르는 제사장이라 하였도다 전에 있던 계명은 연약하고 무익하므로 폐하고 (율법은 아무 것도 온전하게 못할지라) 이에 더 좋은 소망이 생기니 이것으로 우리가 하나님께 가까이 가느니라(히 7:14-19).”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죄를 위해 실질적으로 중재할 수 있는 유일한 참 중보자가 되셨다. 그의 거룩하심과 성결하심에는 아무런 흠이 없으시다. “이러한 대제사장은 우리에게 합당하니 거룩하고 악이 없고 더러움이 없고 죄인에게서 떠나 계시고 하늘보다 높이 되신 이라 그는 저 대제사장들이 먼저 자기 죄를 위하고 다음에 백성의 죄를 위하여 날마다 제사 드리는 것과 같이 할 필요가 없으니 이는 그가 단번에 자기를 드려 이루셨음이라 율법은 약점을 가진 사람들을 제사장으로 세웠거니와 율법 후에 하신 맹세의 말씀은 영원히 온전하게 되신 아들을 세우셨느니라(7:26-28).”

 

이에,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볼지어다 내가 너를 바로에게 신 같이 되게 하였은즉 네 형 아론은 네 대언자가 되리니(출 7:1).”

 

하셨던 당시의 언약이 오늘에 이르러는,

 

“나의 자녀들아 내가 이것을 너희에게 씀은 너희로 죄를 범하지 않게 하려 함이라 만일 누가 죄를 범하여도 아버지 앞에서 우리에게 대언자가 있으니 곧 의로우신 예수 그리스도시라(요일 2:1).”

 

그러므로 오늘 우리의 모든 허물과 죄에 대하여 영원하신 우리의 대언자 예수께서 나를 위해 중재하실 것이다. 이와 같이 그리스도의 중재 사역을 덧입어 그의 피와 성령으로 정결케 된 우리는 역시 왕 같은 제사장이 되었다.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 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벧전 2:9).”

 

하여 이제 우리는 그 어떤 사람을 통하지 않고도 하나님께 담대히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것이니라… 그러므로 자기를 힘입어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들을 온전히 구원하실 수 있으니 이는 그가 항상 살아 계셔서 그들을 위하여 간구하심이라(히 4:16, 7:25).”

 

이에 오늘 말씀은 위임식에 필요한 사람과 준비물을 점검하고 있다. 또한 이를 보게 하려 모두를 위임식을 위한 회막 문 앞으로 집결시킨다. 위임식의 명령자는 하나님이시다. 위임식을 집도하는 이는 모세이다. 위임 대상자는 아론과 그 아들들이다. 위임식의 공증인 이스라엘 온 회중이다. 위임식에 필요한 준비물들이 열거되는데, 제사장 의복과 관유와 속죄제용 수송아지와 위임식 번제를 위한 수양 한 마리와 화목제용 수양 한 마리, 도합 수양 두 마리. 그리고 위임식 소제용으로 쓰일 무교병 한 광주리 등이다.

 

이 가운데 제사장 의복은 앞서 출애굽기 39:1-31에서, 관유는 출 37:29에서 이미 만들어 놓았다. 이와 같이 하나님께서는 미리 작정하시고 섭리하시다 때가 되면 반드시 성취하신다. 따라서 우린 오직 하나님의 뜻과 때를 따라 겸손히 기다리며 성실히 청종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저들이 입을 성의는 아론과 그의 아들들(나답, 아비후, 엘르아살, 이다말)에게 모세가 제사장 복장을 입힌다. 이는 성막 기구를 성별하여 실시하고(10-11), 제사장 될 자들을 씻기고, 입히고, 기름 바름으로 그들 또한 제사장으로 성별시킨다(5-13). 또한 여려 제사 의식을 통해 제사장직에 성별된 사람에게 그 직(職)의 기능과 특권을 부여하는 의식이 이루어진다(14-36). 이러한 의식과 엄숙함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오늘 우리의 삶은 성별되었다.

 

제사장직을 성별시키는 성의는 물두멍의 물로 정결하게 한 후 흰 세마포로 속옷을 입히고 띠를 띠운다(5-7). 이어 속옷에 청색 겉옷을 덧입히고, 그 위에 에봇을 입힌 후 띠로 에봇을 맨다(7). 에봇에는 흉패를 걸고, 흉패 안에 우림과 둠밈을 넣는다(8). 머리에 관을 씌우고, 관 전면에 여호와께 성결이란 글을 새겨 정금 패(牌)를 부착시킨다. 최종적으로 머리 위에 관유를 부어 바름으로 제사장직을 성별시키는 성의 착용식을 마무리 지었다(9, 12).

 

이처럼 백성들의 중재자로서 하나님 앞으로 나아갈 제사장들은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하여 덧입혀 주시는 하늘의 거룩한 옷, 곧 제사장의 성의를 입어야 가능했다. 신약에 이르러 이 제사장의 의복은 영적으로 칭의의 옷이다. 오늘날 우리는 만인 제사장이 되었다.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 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벧전 2:9).”

 

우리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피로 씻겨졌다. “내가 말하기를 내 주여 당신이 아시나이다 하니 그가 나에게 이르되 이는 큰 환난에서 나오는 자들인데 어린 양의 피에 그 옷을 씻어 희게 하였느니라(계 7:14).” 또한 성령의 기름으로 성화된 칭의의 옷을 잊었다. “너희는 거룩하신 자에게서 기름 부음을 받고 모든 것을 아느니라… 너희는 주께 받은 바 기름 부음이 너희 안에 거하나니 아무도 너희를 가르칠 필요가 없고 오직 그의 기름 부음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가르치며 또 참되고 거짓이 없으니 너희를 가르치신 그대로 주 안에 거하라(요일 2:20, 27).”

 

곧 우리는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얻은 ‘순결한 칭의의 옷’을 입고 하나님께 나아가게 된다. 이 옷은 죄인의 모든 죄악을 가려주는 주님의 은총의 옷이다. 하나님의 크신 사랑으로 덧입혀지는 구속의 옷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으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평을 누리자(롬 5:1).” 이 놀라운 진리 앞에 종교개혁은 이루어졌고, 앞서는 구약을 따라 사람을 중재로 하여 그 의식을 따라 교황이나 신부가 이를 대신하였으나 예수 그리스도가 우릴 위해 보혈의 피로 제물이 되심으로 더는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또 다른 누군가를 중재자로 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하나님과 교제하기 위해 영육을 성별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이는 마치 아브라함을 우상의 땅, 사악을 숭배하던 하란에서 구별되어 불러내셨던 것 같이,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창 12:1).” 또는 이스라엘을 거룩한 백성으로 삼으사 애굽 땅에서 출애굽시키신 것과 같이 “너희가 내게 대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 너는 이 말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전할지니라(출 19:6).”

 

오늘 우리로 거룩한 백성이 되어 하나님의 특별한 성직의 직분, 성도로 거룩히 구별하여 세우셨음을 알게 하신다. “그가 빛 가운데 계신 것 같이 우리도 빛 가운데 행하면 우리가 서로 사귐이 있고 그 아들 예수의 피가 우리를 모든 죄에서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그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요일 1:7, 9).” 이에 우린 모두 왕 같은 제사장이 되어 스스로가 직접 예수의 이름으로 하나님 앞에 담대히 설 수 있다.

 

이때에 마치 위임식 제사 때 속죄제(14-17), 번제(18-21), 소제를 곁들인 화목제(22-29) 순으로 진행 되었던 제사와 같이 제사장이 되어 우리의 기능과 특권을 위해 드려지는 특별하고 거룩한 삶의 현장이 모두 예배이다. 위임식 제사에서 드려졌던 속죄제, 번제, 화목제는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 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벧전 2:9).” 하신 말씀으로 증거된다.

 

죄의 오염과 부패로부터 자신을 청결히 하고, 신령한 영적 속죄제로 드려지는 삶이어여 한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롬 12:1).”

 

또한 하나님과 더불어 화평과 화해를 이루고, 이웃과 친교의 삶을 영위하는 신령한 영적 화목제의 삶이 되어야 한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마 22:37-40).”

 

이는 십자가의 삶으로 화목제에 감사를 상징하는 소제가 뒤따랐다. 곧 우리의 신령한 영적 화목제는 매순간 그 크신 하나님의 구속의 은혜에 감사하는, 범사에 감사가 드려지는 것이다.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살전 5:18).” 곧 우리의 순종하는 삶은 하나님의 은총을 덧입고 사는 것으로 하나님과 화평을 누릴 수 있는 삶이다.

 

하여 오늘도 주 앞에 나아와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마 18:20).” 하신 말씀을 따라,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미하며 또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 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행 2:46-47).”

 

매일 매순간이 거룩한 옷을 입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것으로, “우리를 양육하시되 경건하지 않은 것과 이 세상 정욕을 다 버리고 신중함과 의로움과 경건함으로 이 세상에 살고 복스러운 소망과 우리의 크신 하나님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이 나타나심을 기다리게 하셨으니 그가 우리를 대신하여 자신을 주심은 모든 불법에서 우리를 속량하시고 우리를 깨끗하게 하사 선한 일을 열심히 하는 자기 백성이 되게 하려 하심이라(딛 2:12-14).” 이를 실천하는 삶으로 채워간다. 이에,

 

내가 내 음성으로

하나님께 부르짖으리니

내 음성으로

하나님께 부르짖으면

내게 귀를 기울이시리로다

(시 77:1).

 

더는 우리 사이에 중보자를 세울 필요가 없다. 예수가 이 모든 막힌 담을 허무셨다. 그러므로 우린 예수의 이름으로 누구라도 주 앞에 서서 하나님을 담대히 뵈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이여 주의 도는 극히 거룩하시오니

하나님과 같이 위대하신 신이 누구오니이까

주는 기이한 일을 행하신 하나님이시라

민족들 중에 주의 능력을 알리시고

주의 팔로 주의 백성 곧 야곱과

요셉의 자손을 속량하셨나이다 (셀라)

(13-15).

 

그러므로 오늘도 우리 가운데 오셔서, “내가 밤낮 간구하는 가운데 쉬지 않고 너를 생각하여 청결한 양심으로 조상적부터 섬겨 오는 하나님께 감사하고 네 눈물을 생각하여 너 보기를 원함은 내 기쁨이 가득하게 하려 함이니 이는 네 속에 거짓이 없는 믿음이 있음을 생각함이라(딤후 1:3-5).”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