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글]

[스크랩] [시] 기다림에 대하여

전봉석 2006. 8. 6. 18:20

[시]

 

 

 


기다림에 대하여
-낚시를 하다보면

 


낚시는 자고로 이러저러한 맛이 있다
하나는 손맛이요 다른 하나는 찌맛이고,
그에 더불어 기다림은 진국이다

 

팽, 하고 손에 쥐었을 때의 손맛이야
누군들 기대하는 바일 테고
그러기에 멈칫거리듯 건들건들, 쏙쏙,
정직한 찌의 몸놀림은 온 신경이 곤두서다
난데없이 쑤욱, 솟구치는 찌의 저 
환상적인 용솟음에서 비로소
찌맛이 그러하다 그래서 이를 두고
입질을 받았다 한다
 
이러하고 저러하다 한들 기다림은
받는 것이지 주는 것이 아닌 데 있다
내 쪽에서 가는 것이 아니라 내게로
오는 것으로, 기다림은 자세를 마음을
자신을 자꾸 건드린다 모든 生이
그러하고 그러하다는 것을 기다림은
건들건들, 쏙쏙, 정직한 입질을 해온다
당기든 지켜보든 혹은 그냥 지나치든
기다림은 무에도 상관하지 않는다 

 

더는 기다리는 게 없을 때 그제야
기다림 또한 절묘한 맛의 하나다


 

 

출처 : 하현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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