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똥 누는 남자
- 어느 커다란 나무에
원숭이들이 모여 살았대.
그 원숭이들 가운데
어느 원숭이의 똥구멍이
제일 빨갛게?
= 딸애가 시무룩하다.
친구 생일파티를 다녀오고는 사뭇 그렇다.
것도 그럴 것이, 거실에는 대형 벽걸이 TV가 있고
친구 아이의 방은 무슨 공주님 방 같았다나?
모처럼 일찍 귀가를 해서 딸애와 함께 놀이터에 갔다.
놀이터 앞 '인형 뽑기'에서 <엽기토끼>도 뽑고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손에 들고
시소 위에 나란히 앉았다.
마땅히 할 말이 없다…
"여행 온 거 같다, 그치?" 딸애가 먼저 말을 건다.
"응?" 엉뚱한 딸애의 말에 짐짓 딴청을 부린다.
"이 시간에 아빠랑 여기 이렇게 있으니까 여행 온 거 같다구…."
나의 반응이 석연찮았던지 딸애가 말을 덧댄다.
"그러게. 꼭 여행 온 거 같다, 그치?"
나의 되묻는 말에 딸애가 그제서야 피식 웃는다.
"그래, 맞아. 우린 지금 여행중이야. 아주 긴 여행!
하지만, 지나고 보면 꼭 그렇게 긴 여행은 아닌 거 같아.
지난 번 겨울에 우리 남해로 여행 갔을 때 말야…, 기억나?"
"응?" 엉뚱한 내 말에 짐짓 딴청을 부린다.
"그때 왜, 괜히 이것 저것 짐이 너무 많아서 고생했잖아. 기억나?"
"그러게. 다시 여행 갈 땐 꼭 필요한 것만 가져 가야지, 생각했어."
딸애의 말에 내가 피식 웃는다.
"거 봐. 이래저래 너무 많은 건, 모자라는 것보다 불편한 거야!
적당히 알맞으면 됐지 뭐. 어차피, 우린 여행중인데…."
내 말의 의도를 알아 듣기나 한 건지, 별다른 말이 없다.
"어느 커다란 나무에
원숭이들이 모여 살았대.
그 원숭이들 가운데
어느 원숭이의 똥구멍이
제일 빨갛게?"
= "스승의 날 선물이예요."라며,
한 녀석이 내민 핸드폰고리에는
똥이 달려 있었다.
캐릭터 사업이 활성화되고 아무리 그에 따른
부가가치가 높다 해도 하필이면 똥이 뭐람!
마땅찮은 일을 겪으면 우리는 더러
"똥같다"는 표현을 쓴다.
"엿같다", "똥같다"는 표현이
그에 따른 더러운 감정을 대신하는 말로
표현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나에겐 좀 남다르다.
누군가를 만나면, 어김없이 똥이 마려운 나로서는
똥이란 게 여간 귀찮고 민감한 게 아니다.
단지 소화된 분비물 가운데 하나로써가 아니라,
나의 긴장된 살갗을 대신하는 것이고 보면
가장 솔직한 반응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에,
어쩔 도리가 없다.
"그녀를 만나면, 똥이 마렵다!"
주인집이 문을 걸어잠그면
우리 가족에게는 제일 난감했던 일이
화장실 문제였다.
소변이야 그런대로 적당히 처리한다지만,
'똥'이야 어디 그런가?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거 참!
그도 그럴 것이
주일이면 더욱 심각한 문제였다.
교회 예배에 참석했던 교인들이 미처 화장실을 찾을 때면,
꽤 멀리 떨어진 '국민학교'로 뛰어갈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보다 못한 아버지는
어디선가 커다란 통을 하나 구해오셨다.
동생과 내가 함께 들어가 목욕을 해도 될 법한 크기의 것이었다.
그것을 옥상 구석에 놓고,
그 위에 두 개의 널따란 판자를
발판으로 올려 놓자 그럴 듯한 변소가 됐다.
아버지는 내친김에 인부 둘과 함께
널따란 판자들을 자르고 덧대어
방이 두 개 딸리고 조그만 마루까지 있는
'우리 집'을 뚝딱 지으셨다.
그간 이층 예배당에서 새우잠을 자는 것이
여간 불편했던 게 아니었는데….
번듯한 '우리 집'이라니!
그런데…,
'똥이 차면 버려야 한다'는 것은
'우리 집'에서 추운 겨울을 나는 것보다 고역이었다.
남들 눈을 피해 계단 아래로 지어나른다는 것이
여간 성가시고 곤욕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러던 어느 날,
그래도 요령이 생겨서
반만 차면 비우곤 하던 것이 그만…
앞서 계단을 내려가시던 어머니가
헛발을 딛고 자빠지는 사고가 생겼다.
그 다음 일이야…
상상 그대로다.
몇 날 며칠을 닦고 쓸고 했는데도
어머니가 앓아 누워 계시던 시간보다 한참을 더
'우리 집'에는 구수한 똥내가 났다.
= 나는 사랑을 하면, 꾀똥 마렵다.
낯선 자리, 낯선 만남도 늘 어김없다.
더러는 긴장을 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나의 반응이 쉬 꾀똥을 눈다.
그러니, 그만큼만 솔직하라지.
어디 그런가. 짐짓 안 그런 척 하고, 댄 위에 덧대어
볼품없는데도 연신 자신만 모르는 게
이번 여행이지 싶다.
- "어느 원숭이 똥구멍이
제일 빨간데?"
"응?
제일 높이 있는 원숭이!"
하현.
- 어느 커다란 나무에
원숭이들이 모여 살았대.
그 원숭이들 가운데
어느 원숭이의 똥구멍이
제일 빨갛게?
= 딸애가 시무룩하다.
친구 생일파티를 다녀오고는 사뭇 그렇다.
것도 그럴 것이, 거실에는 대형 벽걸이 TV가 있고
친구 아이의 방은 무슨 공주님 방 같았다나?
모처럼 일찍 귀가를 해서 딸애와 함께 놀이터에 갔다.
놀이터 앞 '인형 뽑기'에서 <엽기토끼>도 뽑고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손에 들고
시소 위에 나란히 앉았다.
마땅히 할 말이 없다…
"여행 온 거 같다, 그치?" 딸애가 먼저 말을 건다.
"응?" 엉뚱한 딸애의 말에 짐짓 딴청을 부린다.
"이 시간에 아빠랑 여기 이렇게 있으니까 여행 온 거 같다구…."
나의 반응이 석연찮았던지 딸애가 말을 덧댄다.
"그러게. 꼭 여행 온 거 같다, 그치?"
나의 되묻는 말에 딸애가 그제서야 피식 웃는다.
"그래, 맞아. 우린 지금 여행중이야. 아주 긴 여행!
하지만, 지나고 보면 꼭 그렇게 긴 여행은 아닌 거 같아.
지난 번 겨울에 우리 남해로 여행 갔을 때 말야…, 기억나?"
"응?" 엉뚱한 내 말에 짐짓 딴청을 부린다.
"그때 왜, 괜히 이것 저것 짐이 너무 많아서 고생했잖아. 기억나?"
"그러게. 다시 여행 갈 땐 꼭 필요한 것만 가져 가야지, 생각했어."
딸애의 말에 내가 피식 웃는다.
"거 봐. 이래저래 너무 많은 건, 모자라는 것보다 불편한 거야!
적당히 알맞으면 됐지 뭐. 어차피, 우린 여행중인데…."
내 말의 의도를 알아 듣기나 한 건지, 별다른 말이 없다.
"어느 커다란 나무에
원숭이들이 모여 살았대.
그 원숭이들 가운데
어느 원숭이의 똥구멍이
제일 빨갛게?"
= "스승의 날 선물이예요."라며,
한 녀석이 내민 핸드폰고리에는
똥이 달려 있었다.
캐릭터 사업이 활성화되고 아무리 그에 따른
부가가치가 높다 해도 하필이면 똥이 뭐람!
마땅찮은 일을 겪으면 우리는 더러
"똥같다"는 표현을 쓴다.
"엿같다", "똥같다"는 표현이
그에 따른 더러운 감정을 대신하는 말로
표현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나에겐 좀 남다르다.
누군가를 만나면, 어김없이 똥이 마려운 나로서는
똥이란 게 여간 귀찮고 민감한 게 아니다.
단지 소화된 분비물 가운데 하나로써가 아니라,
나의 긴장된 살갗을 대신하는 것이고 보면
가장 솔직한 반응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에,
어쩔 도리가 없다.
"그녀를 만나면, 똥이 마렵다!"
주인집이 문을 걸어잠그면
우리 가족에게는 제일 난감했던 일이
화장실 문제였다.
소변이야 그런대로 적당히 처리한다지만,
'똥'이야 어디 그런가?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거 참!
그도 그럴 것이
주일이면 더욱 심각한 문제였다.
교회 예배에 참석했던 교인들이 미처 화장실을 찾을 때면,
꽤 멀리 떨어진 '국민학교'로 뛰어갈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보다 못한 아버지는
어디선가 커다란 통을 하나 구해오셨다.
동생과 내가 함께 들어가 목욕을 해도 될 법한 크기의 것이었다.
그것을 옥상 구석에 놓고,
그 위에 두 개의 널따란 판자를
발판으로 올려 놓자 그럴 듯한 변소가 됐다.
아버지는 내친김에 인부 둘과 함께
널따란 판자들을 자르고 덧대어
방이 두 개 딸리고 조그만 마루까지 있는
'우리 집'을 뚝딱 지으셨다.
그간 이층 예배당에서 새우잠을 자는 것이
여간 불편했던 게 아니었는데….
번듯한 '우리 집'이라니!
그런데…,
'똥이 차면 버려야 한다'는 것은
'우리 집'에서 추운 겨울을 나는 것보다 고역이었다.
남들 눈을 피해 계단 아래로 지어나른다는 것이
여간 성가시고 곤욕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러던 어느 날,
그래도 요령이 생겨서
반만 차면 비우곤 하던 것이 그만…
앞서 계단을 내려가시던 어머니가
헛발을 딛고 자빠지는 사고가 생겼다.
그 다음 일이야…
상상 그대로다.
몇 날 며칠을 닦고 쓸고 했는데도
어머니가 앓아 누워 계시던 시간보다 한참을 더
'우리 집'에는 구수한 똥내가 났다.
= 나는 사랑을 하면, 꾀똥 마렵다.
낯선 자리, 낯선 만남도 늘 어김없다.
더러는 긴장을 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나의 반응이 쉬 꾀똥을 눈다.
그러니, 그만큼만 솔직하라지.
어디 그런가. 짐짓 안 그런 척 하고, 댄 위에 덧대어
볼품없는데도 연신 자신만 모르는 게
이번 여행이지 싶다.
- "어느 원숭이 똥구멍이
제일 빨간데?"
"응?
제일 높이 있는 원숭이!"
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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