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땅아리 땅아리 잠이 덜 깬 땅아리는 팬티차림으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담장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풀이 연신 머리를 쥐어 박히며 추적추적 비에 젖고 있다. 아무래도 축구는 글렀고 그럼 탁구를 치자 그럴까? 땅아리는 신경질적으로 말총머리를 쓱쓱 쓸어 넘긴다. 탁구대를 차지하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 [묵상글] 2006.08.01
[수필] 숨은 공주의 구애 숨은 공주의 구애求愛 착하다는 말, 선하다는 말, 예의바르고 경우가 있다는 말. 어쩌면 이날 이때껏 내가 악착같이 들으려 해왔던 말들이다. 나는 분쟁을 싫어하고 다툼을 멀리한다. 지고 말지, 나서서 이기려들지 않는다. 때론 억울해도 내 몫의 분냄으로 족해한다. 그래왔다. 그게 옳은 것이라 여겨.. [묵상글] 2006.08.01
[수필] 따귀 맞은 영혼 따귀 맞은 영혼 말할 수 없어 감출 수도 없는 그런 통증이 있긴 하다. 슬픔이란 지극히 개별적인 것이고 누구의 것과 견주어 물을 수도 없는 것이다. 그만한 일 갖고 뭘 그래, 라고 하면 괜히 싱거워지는 슬픔도 있기 마련인 것처럼. (그래서 글을 쓸 수 없었다, 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쓸거리가 없어서.. [묵상글] 2006.08.01
[수필] 똥에 대한 담론 똥에 대한 담론 가슴 어디 한 구석에 소녀가 있다. 여전히 생으로 삭히지 못한 소녀가 있다. 버찌 생각이 절로 간절한 날, 나는 어김없이 소녀를 더듬는다. 아픈 배를 쓸어안는다. 언제고 소녀를 삭히는 날, 비로소 나의 우울한 영혼은 하늘을 날 수 있으리. 똥에 대한 나의 담론은 아버지의 신념信念에.. [묵상글] 2006.08.01
[수필] 양버즘나무 양버즘나무 양버즘나무 아래에서 단아한 교복차림의 소녀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버스정류장 팻말은 넙데데한 나무 이파리에 가려져 한껏 고개를 비틀어야 글자가 보인다. 소녀는 나무 그늘에서 한 발쯤 비켜서서 부러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소녀의 얼굴 위로는 눈이 부시도록 고운 .. [묵상글] 200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