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께서 이르시되 유다가 올라갈지니라 보라 내가 이 땅을 그의 손에 넘겨 주었노라 하시니라
사사기 1:2
여호와를 사랑하는 너희여 악을 미워하라 그가 그의 성도의 영혼을 보전하사 악인의 손에서 건지시느니라
시편 97:10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 10:31).” 설령 어디가 자꾸 아프고, 아이는 내 맘 같지 않고, 마음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시름에 빠지곤 해도,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 그럼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유다가 올라갈지니라 보라 내가 이 땅을 그의 손에 넘겨 주었노라 하시니라(삿 1:2).” 주가 이미 넘겨주신 일들이다. 올라가는 길이 힘에 겨울 수 있으나, 하나님께 의존이다. 그리 말씀하시고 행하게 하시고, 그러라고 두시는 모든 것들에서의 의존이다.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잠 3:5-6).” 아프면 아픈 대로, 도대체 어찌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아이를 아이 대로, 어렵고 무거운 마음 그대로.
범사에 주를 인정하는 게 전부였다. 뭘 해서, 어떤 결과를 얻어서, 그 자격이 되어 주의 영광을 이루는 게 아니다. 다만 마음을 다하는 일, 하나님만 신뢰하고 내 명철을 의지하지 않는 일, 모든 일에 주를 인정하고 주의 지도를 받는 일.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 15:5).” 진료실 앞에 앉아 한 시간 가까이 기다리면서, 어떤 고통과 불안에 마음이 어려운 지경인데도, e-북을 열어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읽을 때의 새삼스러운 감동이라니! 중1 아이는 아예 카톡도 안 보고 전화도 안 받고 아무런 연락도 없이 오지 않았고, 나는 나의 어쩔 수 없음으로 ‘주 안에’ 거하기를 원하였다.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에 대하여 안도하였다.
다시 말하면 주가 내 안에 내가 주 안에 거하는 게 가장 쉬운 것이다. 어떠하든 “그는 반석이시니 그가 하신 일이 완전하고 그의 모든 길이 정의롭고 진실하고 거짓이 없으신 하나님이시니 공의로우시고 바르시도다(신 32:4).” 정신과 의사는 숨을 못 쉬겠고 가슴이 답답하여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것이 심리적인 요인이라고 하였다. 실은, 하고 저는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저도 이렇게 다 알고 있지만 응급실에 몇 번 가곤 했습니다. 안다고 해서 다스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렇구나, 그러려니, 하고 스스로 자신을 지지하고 이해하고 인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하는, 저의 솔직한 고백이 위로가 되었다. 무슨 약을 같이 주면서 그저 두통약이다 생각하라고 했다. 저의 처방대로 새끼손톱만한 것을 반으로 쪼개 안정제와 같이 삼켰다. 어이없지만 금세 가슴이 풀려 숨 쉬기가 용이하였다. 단지 약 때문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다.
그는 반석이시다. 그가 하신 일이 완전하다. 그의 모든 길이 정의롭다. 진실하다. 거짓이 없으시다. 하나님이시니 공의로우시다. 바르시다. 신명기 32장 4절 말씀을 음절로 쪼개어 되뇌었다. 그렇다면 저가 죽이신다 해도 저는 선하시다. 나를 고통 중에 내버려두신다 해도 저는 의로우시다. 나는 다만 그때마다 주어진 상황에서 내과를 갔다가 정형외과를 갔다가 정신과를 갔다가, 주신 이를 신뢰하며 나로서 이런 나를 건사하는 일도 귀한 거였다. 그것이 주를 사랑하는 일이었으니, “너희 모든 성도들아 여호와를 사랑하라 여호와께서 진실한 자를 보호하시고 교만하게 행하는 자에게 엄중히 갚으시느니라(시 31:23).” 돼도 않는 아이와의 씨름과 달리 어쩔 수 없는 몸뚱이를 이끌고 그저 묵묵히 살아내는 일이 충성이겠다. 그리 생각하였다.
누구처럼 나라를 구하고 민족을 위해 자신의 성경적, 신앙적, 교리적, 가치도 기준도 자의적으로 신념으로 삼아 불태우는 것처럼 추악하지는 말자. 노년에 죽음을 앞두고 외친 여호수아의 결의가 큰 교훈이 되었다. “너희가 섬길 자를 오늘 택하라 오직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수 24:15).” 몸이 아프고 아이는 내 맘 같지 않고 하는 일은 번번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어지러워 글씨를 썼다. 먹물을 종이컵에 담고 굳어진 붓을 적셔서 풀었다. 특유의 향이 정겨웠다. 종이를 꺼내어 아침에 묵상하며 찾아보았던 성경 구절을 천천히 옮겨 적었다. 한 장 두 장, 한 구절 두 구절 그렇듯 글씨를 쓰다보면 마음은 가라앉고 말씀을 의뢰하는 마음이 인다. 낙관을 새로 만들까 하다 교회 직인을 그냥 쓰기로 했다. 가격도 만만찮았지만 늘 처박아두는 교회 도장이 나의 정체성이 되었다.
“내가 왔어도 사람이 없었으며 내가 불러도 대답하는 자가 없었음은 어찌 됨이냐 내 손이 어찌 짧아 구속하지 못하겠느냐 내게 어찌 건질 능력이 없겠느냐 보라 내가 꾸짖어 바다를 마르게 하며 강들을 사막이 되게 하며 물이 없어졌으므로 그 물고기들이 악취를 내며 갈하여 죽으리라(사 50:2).” 나는 이처럼 말씀을 찾아 그 의미를 되새기는 일이 좋다. 이는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노니 이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됨이라 먼저는 유대인에게요 그리고 헬라인에게로다(롬 1:16).” 그걸 확신하는 것은 누구에게보다 먼저 나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됨이’다.
모르겠다, 나는 수많은 군중 앞에서 마치 자신의 신념을 종교적 결의와 신앙의 표본으로 내세우며 선동하는 이들의 믿음의 근거를. 또는 어떤 상황에서도 거침없이 달려가고 의연하여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넘쳐나는 사람처럼 당당한 이의 자신감을 어찌 신뢰해야 할지. 다만 나는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음이라. 왜냐하면 공연히 “그의 행위를 본받아 네 영혼을 올무에 빠뜨릴까 두려움이니라(잠 22:25).” 그래서 누구를 지지하고 어디 집단에 속한 것으로 ‘자기 교회’에 취한 듯 맹신적으로 구는 데는 회의한다. 다만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우리는 아는 것을 말하고 본 것을 증언하노라 그러나 너희가 우리의 증언을 받지 아니하는도다(요 3:11).” 내가 아는 것은 주가 선하시고 인자하심이고, 내가 본 것은 나 같은 죄인까지도 용서하시고 긍휼을 더하신다는 것이다. 나는 결코 누구보다 나아서 주의 자녀로 사는 게 아니다. 당당히 내 발로 들어가는 천국은 없다.
다만 “여호와를 사랑하는 너희여 악을 미워하라 그가 그의 성도의 영혼을 보전하사 악인의 손에서 건지시느니라(시 97:10).” 악이란 하나님을 대신하려 드는 모든 것이다. 자기수고, 자기노력, 자기희생, 자기헌신 따위가 자기자랑이 되어 목소리를 높이는 게 악이다. 주를 사랑한다는 것은 먼저 주를 사랑하는 마음보다 앞서는 모든 것을 미워하는 일이다. 자식 일이 또는 자기의 이상과 목표를 향한 진취적인 삶의 열심까지도.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 10:31).” 나는 이 아침 이 한 구절의 말씀이면 족하였다. 의연하고 태연하다는 소리가 아니라, 볶이고 시름에 젖는다 해도 그것까지도, ‘무엇을 하든지’ 그게 다 주의 영광을 위해 쓰이고 소용되고 사용하여 주시기를.
“하나님이여 우리가 주께 감사하고 감사함은 주의 이름이 가까움이라 사람들이 주의 기이한 일들을 전파하나이다(시 75:1).” 나는 누구보다 나를 믿을 수 없어 주를 바란다. 나의 신념이니 신앙이니 심지어는 믿음이니 하는 따위의 것을 나는 신뢰하지 않는다. 가장 잘 변하고 흔들리고 앞뒤가 다른 게 나 자신이라. 다만 나는 그런 나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아시면서도 함께 하시고 용서하시고 이끌어 가시는 주를 신뢰할 따름이다. 이는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 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고전 10:13).” 그것은 결국 주가 담당하시기 때문이다. 저는 “의인을 위하여 빛을 뿌리고 마음이 정직한 자를 위하여 기쁨을 뿌리시는도다(시 97:11).”
그러므로 “의인이여 너희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기뻐하며 그의 거룩한 이름에 감사할지어다(1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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