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가 그들에게 이르되 기다리라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대하여 어떻게 명령하시는지 내가 들으리라
민 9:8
그는 여호와 우리 하나님이시라 그의 판단이 온 땅에 있도다
시 105:7
더러 우리의 판단과 달리 하나님의 일이 더디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는 형편을 아뢰고 간구하는 것이 급한데 말씀은 우리로 ‘기다리라’ 하신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유월절을 지키는 일에 있어 시체를 가까이 하여 부정하였거나 여행 중일 때 어찌해야 하는지를 모세에게 묻자, 모세는 기다리라 하고 하나님께 묻는다.
‘기다리라’는 것은 잠잠히 참고서서 기다리라는 의미다. 우린 항상 조급한 마음으로 시달린다. 빨리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서둘러 구한다. 어제도 누가 카톡으로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고 기도를 부탁하였다. 어떤 이의 분식점을 인수하여 새로 인테리어를 하고 시작하였는데 하루하루 돈만 까먹고 있는 처지라 초기자본은커녕 보증금까지 다 까먹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 누구는 사내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인데 핸드폰 비번을 묶고 ‘야동’을 본다면 어쩌면 좋은가, 하고 걱정이 태산이었다.
어떤 문제를 두고 우리는 당장 이를 해결하려 안달이다. 조급한 마음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겠으나 오늘 본문에서와 같이 “모세가 그들에게 이르되 기다리라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대하여 어떻게 명령하시는지 내가 들으리라(민 9:8).” 기다리고 주께 고하고 그 명령을 들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 모든 상황을 주가 다 아신다.
모세는 여기서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뢰하는 신앙을 보인다. 그들을 향하여 하나님의 뜻을 앞세우는 것은 그 때문이다. 자신의 판단으로 어떤 결정을 서둘지 않는다. 참으로 지혜로운 것은 더디더라도 하나님의 뜻을 바라며 주의 결정을 기다리는 일이다. 실로 시간이 긴박하고 중대한 문제인 것 같을 때일수록 그 문제를 바로 직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 시간에는 전후사정을 주께 고하며 하나님의 손길을 의지하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우리의 기다림은 곧 지혜다. “너는 악을 갚겠다 말하지 말고 여호와를 기다리라 그가 너를 구원하시리라(잠 20:22).” 이는 “그러나 여호와께서 기다리시나니 이는 너희에게 은혜를 베풀려 하심이요 일어나시리니 이는 너희를 긍휼히 여기려 하심이라 대저 여호와는 정의의 하나님이심이라 그를 기다리는 자마다 복이 있도다(사 30:18).” 정작 우리가 주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 같으나 실은 주께서 오늘도 우리의 아룀과 의뢰를 기다리고 계신다.
여호와 앞에 잠잠하고
참고 기다리라
자기 길이 형통하며
악한 꾀를 이루는 자 때문에
불평하지 말지어다
(시 37:7).
오늘 본문은 시내 산에서 생활한 출애굽 제 2년 정초로부터 40년 후 모압 평지에 도착할 때까지의 사건 가운데 가장 앞서는 부분이다. 곧 시내 산에서 출발하기 직전의 사건을 기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유월절에 대한 명령과 그에 대한 순종(1-5)으로 사고로 인해 유월절에 참여하지 못할 때 구제책(6-14)과 이스라엘의 40년 광야생활 동안에 안내자 역할을 하였던 불기둥과 구름기둥에 관한 내용(15-23)이 열거되어 있다.
특히 유월절을 지키게 하심은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구원자이심을 밝히 알게 하려 하심이다. “내가 애굽 땅을 칠 때에 그 피가 너희가 사는 집에 있어서 너희를 위하여 표적이 될지라 내가 피를 볼 때에 너희를 넘어가리니 재앙이 너희에게 내려 멸하지 아니하리라 너희는 이 날을 기념하여 여호와의 절기를 삼아 영원한 규례로 대대로 지킬지니라(출 12:13-14).”
또한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주의 임재를 상징하는 것으로 불기둥과 구름기둥을 통하여 죽음의 땅 광야를 행진하는 이스라엘에게 하나님이 인도하심을 알게 하신다. 출애굽의 분깃점은 유월절이다. 하나님께서 그날을 영원히 기념하여 지킬 것을 강조하시는 것도 그 일을 이루신 이가 하나님이신 것을 대대에 이르기까지 잊지 않게 하려 하심이다. “너희는 이 일을 규례로 삼아 너희와 너희 자손이 영원히 지킬 것이니 너희는 여호와께서 허락하신 대로 너희에게 주시는 땅에 이를 때에 이 예식을 지킬 것이라(출 12:24-25).”
사실 유월절은 애굽에서의 해방일로 이스라엘이 한 민족으로 출발하는 시점이다.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언약적 관계를 명확히 제시하는 절기다(출 12:1-14). 동시에 하나님의 구원과 은혜를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 주는 구속사의 전형이다.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기념일이듯 우리 개인에게도 스스로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놓여나서 주 앞에 돌이켜 회개하고 주를 구주로 인정하는 감격스러운 날이기도 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 신앙인의 영적 생일라 하겠다. 이는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과도 연결되고 이로써 우리가 죽어야 사는 영생의 원리와도 이어진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지금 내 마음이 괴로우니 무슨 말을 하리요 아버지여 나를 구원하여 이 때를 면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러나 내가 이를 위하여 이 때에 왔나이다(요 12:24, 27).”
이를 바울은 설교할 때,
“너희는 누룩 없는 자인데 새 덩어리가 되기 위하여 묵은 누룩을 내버리라 우리의 유월절 양 곧 그리스도께서 희생되셨느니라(고전 5:7).”
우리의 몸에 밴 죄성을 벗어던지는 날로 이를 위하여 예수님은 우리의 유월절 어린양이 되셨다. 유월절은 그렇듯 이스라엘에게 특별한 날로 애굽의 속박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절기이다. 우리로 치면 오늘 날 우리가 성만찬을 기념하여 죄와 사단의 어두운 속박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여 예식을 행하는 것과 같다. 바울 사도의 성찬예식에 관한 설교에서와 같이,
“내가 너희에게 전한 것은 주께 받은 것이니 곧 주 예수께서 잡히시던 밤에 떡을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 이르시되 이것은 너희를 위하는 내 몸이니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하시고 식후에 또한 그와 같이 잔을 가지시고 이르시되 이 잔은 내 피로 세운 새 언약이니 이것을 행하여 마실 때마다 나를 기념하라 하셨으니 너희가 이 떡을 먹으며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의 죽으심을 그가 오실 때까지 전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누구든지 주의 떡이나 잔을 합당하지 않게 먹고 마시는 자는 주의 몸과 피에 대하여 죄를 짓는 것이니라 사람이 자기를 살피고 그 후에야 이 떡을 먹고 이 잔을 마실지니 주의 몸을 분별하지 못하고 먹고 마시는 자는 자기의 죄를 먹고 마시는 것이니라(고전 11:23-29).”
이 예식 그 자체로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이다.
“또 잔을 가지사 감사 기도 하시고 그들에게 주시며 이르시되 너희가 다 이것을 마시라 이것은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마 26:27-28).”
나는 누구의 사연에 답을 하길 우리의 모든 상황을 주가 인정함으로,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잠 3:6).” 하심을 인정할 때, 오늘 우리의 형편과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주 앞에 아뢸 때 ‘기다림’은 곧 은사이고 믿음의 결정이다. 원치 않는 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이로써 오히려 주를 신뢰하는 것을 주가 기뻐하심일 텐데,
“그가 나를 죽이시리니 내가 희망이 없노라 그러나 그의 앞에서 내 행위를 아뢰리라(욥 13:15).”
이와 같은 강인한 믿음으로,
주의 인자하심이 생명보다 나으므로
내 입술이 주를 찬양할 것이라
(시 63:3).
하고 아뢰고 또 고함으로 새 힘을 얻을 수 있기를 권하였고 기도하였다. 그럴 수 있는 힘도 주가 주신 것으로, “하나님이 그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려 하심이 아니요 그로 말미암아 세상이 구원을 받게 하려 하심이라(요 3:17).” 이 놀라운 기본을 붙들고 하나님이 제공하실 해결책을 믿음으로, ‘기다리라’ 하는 것은 곧장 하나님께로 나아가라는 속뜻을 담고 있다. 다시 한 번 읊조리면,
여호와 앞에 잠잠하고
참고 기다리라
자기 길이 형통하며
악한 꾀를 이루는 자 때문에
불평하지 말지어다
(시 37:7).
하심은, 다른 의미로 그만큼 부르짖으라는 의미다.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렘 33:3).
그러므로 우리는 비로소 순종을 배운다.
“사무엘이 이르되 여호와께서 번제와 다른 제사를 그의 목소리를 청종하는 것을 좋아하심 같이 좋아하시겠나이까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나으니(삼상 15:22).” 이에,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약 1:4).”
이는,
“그러므로 형제들아 주께서 강림하시기까지 길이 참으라 보라 농부가 땅에서 나는 귀한 열매를 바라고 길이 참아 이른 비와 늦은 비를 기다리나니 너희도 길이 참고 마음을 굳건하게 하라 주의 강림이 가까우니라 형제들아 서로 원망하지 말라 그리하여야 심판을 면하리라 보라 심판주가 문 밖에 서 계시니라 형제들아 주의 이름으로 말한 선지자들을 고난과 오래 참음의 본으로 삼으라 보라 인내하는 자를 우리가 복되다 하나니 너희가 욥의 인내를 들었고 주께서 주신 결말을 보았거니와 주는 가장 자비하시고 긍휼히 여기시는 이시니라(5:7-11).”
이와 같은 말씀으로 주 앞에 설 때에 우리의 갈 바를 주는 알게 하신다. “보혜사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 그가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리라(요 14:26).” 이는 결국 “성령이 친히 우리의 영과 더불어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인 것을 증언하시나니 자녀이면 또한 상속자 곧 하나님의 상속자요 그리스도와 함께 한 상속자니 우리가 그와 함께 영광을 받기 위하여 고난도 함께 받아야 할 것이니라(롬 8:15-16).”
그러므로 우리가 주 앞에 정결하고 주를 신뢰함으로,
여호와의 산에 오를 자가 누구며
그의 거룩한 곳에 설 자가 누구인가
곧 손이 깨끗하며 마음이 청결하며
뜻을 허탄한 데에 두지 아니하며
거짓 맹세하지 아니하는 자로다
(시 24:3-4).
우리가 주를 신뢰함으로 기다리는 것은 그러는 동안 자신을 깨끗이 하고 자신을 꺾고 더욱 주를 의지함이라, “그런즉 사랑하는 자들아 이 약속을 가진 우리는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가운데서 거룩함을 온전히 이루어 육과 영의 온갖 더러운 것에서 자신을 깨끗하게 하자(고후 7:1).” 이는 곧,
“주를 향하여 이 소망을 가진 자마다 그의 깨끗하심과 같이 자기를 깨끗하게 하느니라(요일 3:3).”
그러할 때에 오히려,
여호와께 감사하고그의 이름을 불러 아뢰며
그가 하는 일을 만민 중에 알게 할지어다
그에게 노래하며 그를 찬양하며
그의 모든 기이한 일들을 말할지어다
(시 105:1-2).
우리의 기다림은 이와 같이 힘이 있다. 그러므로
그의 거룩한 이름을 자랑하라
여호와를 구하는 자들은 마음이 즐거울지로다
여호와와 그의 능력을 구할지어다
그의 얼굴을 항상 구할지어다
(3-4).
오늘도 이와 같은 시편의 시각으로 주어진 상황에서 주를 인정할 때,
그는 여호와 우리 하나님이시라
그의 판단이 온 땅에 있도다
(7).
하여,
그의 백성이 즐겁게 나오게 하시며
그의 택한 자는 노래하며 나오게 하시고
여러 나라의 땅을 그들에게 주시며
민족들이 수고한 것을 소유로 가지게 하셨으니
이는 그들이 그의 율례를 지키고
그의 율법을 따르게 하려 하심이로다
할렐루야
(43-4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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