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글]

[스크랩] [수필] 아름다운 인연

전봉석 2006. 8. 6. 18:16
 


[칼럼]





아름다운 인연



하현



  예전에 처칠 수상의 자서전을 읽은 적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그가 20대 초반에 겪었던 일로 훗날 엄청난 결과를 나은 아름다운 인연에 대해서다.

  해군에 복무하던 청년 시절, 처칠은 모처럼 휴가를 얻어 고향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고향 마을 초입에는 조그마한 웅덩이가 있었는데, 처칠이 그 곳을 지나고 있을 때 한 아이가 웅덩이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처칠은 앞 뒤 가릴 것 없이 웅덩이로 뛰어 들어 그 아이를 극적으로 구해냈다. 오죽 상황이 급박했으면, 처칠은 군복차림으로 뛰어들어 아이보다 몇 주를 더 고생하고서야 간신히 회복되었다고 한다.

  그 소식이 알려지고 많은 국민들은 처칠을 영웅으로 대접했지만, 오히려 처칠은 계면쩍어 하며 이렇게 말했다.

  “누구든 그런 상황에서, 나처럼 행동하지 않았겠느냐?”


  세월은 흘러, 처칠이 수상이 되었을 때 온 세계는 전쟁의 도가니에 휩쓸려 있었고, 이에 더욱 끔찍한 전황은 적군에 의해 목숨을 잃는 병사보다 돌림병으로 숨지는 병사의 숫자가 더욱 많다는 것이었다. 적병과 맞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힘없이 쓰러져 가는 상황에서, 온 국민은 참혹한 현실 앞에 두려움으로 떨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바로 그때 한 젊은 의학도가 목숨을 걸고 전쟁터로 들어가 직접 돌림병의 원인을 밝혀냈으며, 결국 신약을 개발하여 많은 병사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전쟁은 승리를 거두었고, 처칠은 젊은 의학도를 궁으로 불러 그의 헌신과 노력에 대해 국민을 대신하여 감사를 표했음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수상 앞에 선 젊은 의학도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누구든 그런 상황에서 할 수만 있다면 저처럼 했을 것입니다. 제가 어릴 적, 웅덩이에 빠져 죽어갈 때 누군가 저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웅덩이로 뛰어 들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듯 인연은 참으로 고귀한 것이다. 당장 대수롭지 않은 인연 같아도 이는 몇 억 겁의 개벽을 거쳐 비로소 만난 게 된다. 불교의 이와 같은 가르침을 보더라도, 찰나적으로 스쳐 지나는 인연인들 결코 헛됨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떤 사람이 죽어 하늘에 갔다. 그보다 먼저 죽은 사람과 나중 죽은 사람으로 쉴새없이 재판장 앞은 분주했다. 그의 차례가 되어 그 사람이 재판장 앞에 섰다. 그는 당연히 천국으로 갈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재판장은 일언반구에 지옥으로 가라고 했다. 이에 발끈한 그는 재판장에게 꼬치꼬치 따져 물었다. 이생에 사는 동안, 자신이 쌓았던 공덕과 선행을 스스로 들춰가며 재판장의 선고가 부당함을 지적했다. 가만히 그의 수작을 지켜보던 재판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이미 너는 그에 대한 상을 다 누리다 오지 않았느냐? 너의 부와 명예가 그것이다!”

  재판장의 이와 같은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끝내 우겨대는 그 사람을 향해 재판장은 딱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되물었다. “언제, 한 거지가 네게 도움을 청했을 때, 너는 더럽다며 피하지 않았느냐? 그가 바로 나였다! 언제, 한 아이가 굶주려 밥을 달라고 하자, 네 종에게 말하라며 너는 외면하지 않았느냐? 그 아이가 바로 나였다!”


  모든 인연은 아름답다. 서로가 어떤 식으로 만나든, 그 만남은 결국 선물이 되어지는 셈이다. 하물며 좋은 만남이 따로 있고, 나쁜 만남이 따로 정해져 있을 수 없다. 이는 결국 자신의 잣대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이로움과 해로움은 자신의 기준이 그리 정한 까닭이다. 종당에 그가 곧 하늘인 것이다. 하면, 작은 관심과 배려가 얼마나 유용한가! 내게 득이 될 게 없다 해도 내가 그에게 득이 될 수 있는 일일 테고, 하늘은 그것을 위해 개벽을 거듭하며 오늘의 만남을 준비한 것이 된다. 나와 네가 따로 없음이 이에 합당하다.

  “그가 바로 나였다”는 것은, 내가 곧 하늘인 이유가 된다. 그에게 나는 하늘이 되어야 하고, 그가 내게 엄연한 하늘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인연이란, 이처럼 서로에게 하늘 됨이니 얼마나 아름다운가! 오늘도 우리는 하늘 아래 산다.


출처 : 하현글방
글쓴이 : 하현 원글보기
메모 :